“새털같이 많은 날, 다음에 또 보자.”
대개 ‘아주 많다’ ‘매우 많이 남았다’는 의미로 ‘새털같이 많은’이라고 하지요. 새털이 아니라 ‘쇠털’입니다. 새털은 쇠털에 개수로 비교가 안 됩니다.
어려서 한자를 배울 때 종(鐘)이 ‘새벽 종’ 자인 줄 알았습니다. 새벽에 치는 종. ‘쇠북 종’이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지요.
말은 귀에 얼른 와 닿고 입에 쉬이 붙는 어휘에 익숙해집니다. 쇠털이 새털이 된 것이나 쇠북이 새벽으로 들린 거나 한가지라 하겠습니다. 새털은 아주 가벼운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입니다.
‘쇠’는 소의 부위나 소의 특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접두사입니다. 쇠간 쇠고기 쇠고집 쇠귀 쇠머리 쇠뿔 등처럼 쓰입니다. 소털 소고기 소귀 소뿔 등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쇠는 ‘소의’가 줄어든 말이기도 한데 ‘쇠 말뚝’(쇠말뚝은 철제 말뚝), ‘쇠 살’(쇠살은 철제 촉을 꽂은 화살)같이 씁니다.
입(口)이나 발굽(蹄)에 탈이 나는 돌림병(疫)인 구제역(口蹄疫)으로 소가 많이 죽었습니다. ‘타인 혹은 어떤 목적을 위해 목숨, 명예 따위를 바치거나 버리다’ ‘제물로 바치는 짐승’이라는 뜻의 ‘희생(犧牲)’ 두 자에 소(牛)가 다 들어 있지요. 희생물이었고, 쟁기질 등 힘든 일을 묵묵히 하던 소였습니다. 죽어서도 전부를 사람에게 주는 고마운 소인데, 참 안됐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새털같이 많은? 쇠털같이 많은!
입력 2017-02-2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