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를 나와 장충체육관을 옆에 끼고 800m 정도 가면 주택가 사이로 차 한 대 정도 들어갈 만한 좁은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오래된 집들과 어우러진 성곽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한양도성이다. ‘한양도성 다산길’이라고 부르는 이 길은 장충체육관 입구에서 다산팔각정까지 이어지는 약 1㎞ 코스로 한쪽으로는 성곽이, 다른 쪽으로는 서울 전경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한양도성 다산길이 최근 젊은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부상하고 있다. 공방, 갤러리, 스튜디오, 쇼룸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낙후된 성곽길을 예술의 거리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6월부터 길가의 낡은 공가를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는 ‘문화창작소’ 사업을 벌여왔다. 월 15만원의 저렴한 렌트 비용과 한적한 주변 분위기 때문에 공모 경쟁률이 높다.
문화창작소 1호 ‘라름(LALUM)’은 서울에서 최초로 문을 연 유리공방으로 유리공예가들의 창작공간이다. 섭씨 1000도가 넘는 유리에 파이프로 바람을 불어넣는 ‘블로잉’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서울시내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여대 졸업생 5명이 꾸려가고 있는 문화창작소 2호 ‘AA 세라믹 스튜디오’는 도예공방이고 3호 ‘원 앤 제이 갤러리’는 떠오르는 현대미술 작가와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둔 전시공간이다. 한국미술을 해외에 알리며 명성을 쌓아온 ‘갤러리 스케이프’도 논현동에서 이전해 4호 간판을 달았다.
거리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민간 문화예술공간도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갤러리, 작업공방, 스튜디오, 쇼룸 등 12곳이 둥지를 틀었다.
도예갤러리 ‘바다디자인 & 아틀리에’가 특히 유명하다. 운영자인 이헌정 작가는 세계적인 도예가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그의 작품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주말산책, 여기 어때요-한양도성 다산길] 공방·갤러리·쇼룸… 예술인들의 떠오르는 아지트
입력 2017-02-23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