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23일 “시신을 확인할 유가족이 하루 이틀 내로 입국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고 인계 절차를 밟기 위해 김정남의 가족이 곧 말레이시아로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말레이시아 경찰청의 누르 라싯 이브라힘 부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 입국한 가족은 없지만 하루나 이틀 사이에 가족 중 한 명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국할 사람은 숨진 김씨의 자식이나 친척일 것이며 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고 덧붙였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나 딸 김솔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김정남의 죽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한 측을 의식해 김정남이란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칼리드 아부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시신 인도 우선권을 유가족에게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현지 중문매체 중국보와 성주일보는 말레이시아가 경찰 3명을 중국 마카오로 보내 김한솔의 유전자(DNA) 표본을 채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칼리드 청장은 “DNA 채취팀을 어디에도 보내지 않았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결국 현지 경찰은 마카오로 자국 경찰을 파견하는 대신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 가족을 불러들여 DNA를 채취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DNA를 확보하면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안치된 시신과 대조·분석해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하고 시신 인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김정남 가족을 말레이시아로 불러들이려면 이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의 선택에 따라 말레이시아의 시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남 살해 배후로 지목된 북한대사관은 연일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9시쯤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대사관 앞으로 나와 “기자회견은 없다”며 “밖으로 나가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쳤다.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기자회견 소식에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북한대사관 앞을 둘러싼 상황이었다. 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는 모두 거짓, 비방,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모하메드 나즈리 압둘 아지즈 문화관광부 장관은 북한을 ‘깡패 국가(rogue state)’라고 비난하며 자국 국민들에게 북한을 방문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북한인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다”고도 말했다. 다만 북한과의 무비자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선 “이미 북한이 자국민의 출국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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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경찰 “시신 확인할 유가족 1∼2일 내 입국”
입력 2017-02-23 17:53 수정 2017-02-24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