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朴 시한부 기소중지’ 첫 시사

입력 2017-02-24 05:00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종료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을 시한부(조건부) 기소중지하겠다는 뜻을 처음 밝혔다. 박 대통령이 탄핵 결정 또는 퇴임으로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됐을 때 검찰이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겠다는 뜻이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23일 브리핑에서 “수사 종료 시점까지 조사된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조건부 기소중지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한부 기소중지는 범죄혐의가 있지만 당장 기소가 어려울 때 특정 시점까지 기소를 중지하는 조치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 기소)씨를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공범으로 본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소추되지 않는다’는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상태에서 기소할 수 없다.

특검의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은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되거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해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된 이후 본격적인 사법처리 절차에 착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의미다. 오는 28일 만료되는 1차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이 일반인 신분이 된 이후 검찰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실시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특검은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낙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각하한 데 대해 항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3일은 항고 기한 마지막 날이었다. 특검은 청와대가 제안한 임의제출 방식의 압수수색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청와대 압수수색은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한 차례 언론에 일정이 공개된 것을 빌미로 무산된 이후 특검과 청와대 간 물밑 조율만 오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협상이 지지부진한 채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검보은 이날도 “(대면조사 협상 부분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실익이 없는 특검 대면조사를 끝내 거부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는 상태다.

법 개정을 통한 특검 수사 연장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특검은 5일 남은 수사기간 동안 기존 수사내용을 정리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과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개입 의혹 등은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될 공산이 커졌다.

이 특검보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특검 내부에서 수사 대상인지 논란이 있었고, 범죄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점이 있어 수사에 곤란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남은 수사기간 동안 우 전 수석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인 특검은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진 않기로 했다.

특검은 28일까지 기소 대상자에 오른 피의자들에 대한 공소제기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 발표는 3월 초에 별도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