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린 北, 잇따라 무리수… 외교 고립 자초

입력 2017-02-24 05:00
숙청설과 건강이상설이 돌았던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3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사진은 최룡해(가운데)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함께 22일 평양 인민극장에서 열린 공훈국가합창단 창립 70돌 기념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뉴시스

북한이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 주말레이시아 대사에 이어 ‘조선법률가위원회’라는 단체까지 내세워 맞대응에 나섰지만 북한 배후설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코너에 몰린 북한이 말레이시아 정부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등 연달아 무리수를 두면서 외교 관계 악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단계적 대응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지난 17일과 20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자 본국에서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날 현지 대사관 직원까지 암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발표가 나온 만큼 더 이상 물러서면 안 된다는 판단도 더해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외무성 등이 나서지 않는 것을 보면 정부 공식입장은 아닌 그 전 단계 대응”이라며 “강철 대사 대응보다 수위를 높이는 맞불 작전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법률가 단체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국제법 등 법률이나 절차와 관련한 북한의 대응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도 있다. 발표 주체인 조선법률가위원회는 2002년 10월 설립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산하 비상설 조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초기 말레이시아 정부의 사인 통보 등을 문제 삼고, 법률가 대표단 파견 준비 언급을 보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잇따른 해명과 대응에도 북한 주장은 설득력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대응 주체만 달라졌을 뿐 주요 내용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런 ‘자포자기식 대응’은 북한 체제의 경직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정남 암살 배후로 북한 당국이 지목되는 순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북한 체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현지 언론이 전직 말레이시아 외교관을 인용해 “강철 대사가 국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소환돼 총살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