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문명고가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를 포기하지 않기로 23일 최종 결정하면서 학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문명고는 지난 20일 전국 5566개 중·고교 중 유일하게 국정화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교사·학생·학부모들은 대책 기구를 구성, 국정 교과서 반대 대자보를 붙이고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은 “교육부의 무리한 연구학교 지정으로 새 학기 준비가 엉망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문명고 관계자는 “연구학교 철회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지난 17일 경북교육청에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직후 반발하는 학내 구성원에게 “23일까지 기다려 달라”고 얘기했었다. 문명고가 연구학교를 철회하지 않기로 하면서 교육부로선 연구학교 ‘0곳’이란 굴욕은 피하게 됐다.
강행 방침이 확인되자 반대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문명고 국정 교과서 지정철회 대책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들은 첫 활동으로 교내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150여명이 학교 운동장에서 ‘국정 교과서 철회해 주세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에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중앙현관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교장선생님 다시 학생 편으로 돌아오세요’ ‘신입생들에게 소신 있는 교장선생님 모습을 보여주세요’라고 썼다. 교내 1층 복도를 행진하며 “국정 교과서 철회하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국정 교과서를 역사 수업에 쓴다면 전학이나 자퇴 절차를 밟아 학교를 떠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우리 학교의 2월이 사라졌다. 경북교육청과 교육부는 책임 있는 태도로 갈등을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경산 문명고 “연구학교 계속 추진”… 교사·학생·학부모 “끝까지 반대”
입력 2017-02-23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