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만 주력해온 헌재 연구관들은 그간 채택된 증거와 채록된 증언을 바탕으로 인용·기각별 다각도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헌재는 “결정 선고가 다가온다”고 공언하며 재판관 8명에 대한 경찰의 24시간 밀착 경호에 들어갔다.
사건접수 이후 매일같이 재판관회의를 열어온 헌법재판관들은 23일도 회의를 열고 지난 변론기일에 제기된 쟁점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준비사항을 논의했다. 심판정 안팎에서 헌재를 향한 공정성 흠집 내기가 거세지는 상황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박 대통령 측에서 “헌재가 국회 편을 든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재판장과 주심 재판관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헌재는 5가지 유형으로 정리된 탄핵소추 사유별로 증인의 주요 증언, 수사기록과 각종 서증 등을 바탕으로 논리를 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은 국정농단 사태를 파편적으로 접한 증인들이 각기 다르게 전한 사실을 펼쳐 놓고 수집한 증거와 맞춰보며 실체적 진실을 찾는 과정이다. 채택된 증거와 증언 내용을 세밀하게 분석해 신뢰도를 가늠하고 모순점을 짚어가며 실체를 확인해 간다. 같은 사태를 상이하게 증언한 부분, 같은 증인이 국회와 박 대통령 양측에 각기 유리하게 진술한 부분 등이 주요 비교분석 대상이다.
연구관들은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추가될 때마다 보고서를 다각도로 업데이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관들이 재판관에게 보고하는 보고서는 결국 헌재가 인용·기각 의견을 제시하는 기초가 된다. 헌재는 아직 모든 결론을 열어 두고 논리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헌재는 지금까지의 주장을 모두 담은 종합 준비서면을 23일까지 내 달라고 양측에 요구했었다. 최종 변론기일이 27일로 늦춰진 만큼 좀 더 충실한 서면을 작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대통령 측이 그간 헌재의 석명(釋明) 요구, 신청증인 출석 등의 과정에서 번번이 헌재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도 크다.
탄핵심판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심판 당사자들과 여론의 태도가 과열되자 헌재는 보안·경호를 강화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에 대한 개별 경호를 경찰에 요청했고, 22일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서울 재동 헌재 청사 주변 경찰 경비인력도 늘었다.
헌재는 아울러 박 대통령이 자진해서 사퇴할 경우 그간 진행해 온 탄핵심판의 결론을 어떻게 끝맺어야 하는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선고 이전에 하야(下野)해 탄핵 대상이 사라질 경우 어떻게 선고해야 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학계에선 탄핵심판 선고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 심판 절차를 중지하고 ‘각하’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야 여부와 상관없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상존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헌재, 朴 대통령 ‘하야’ 대비 법리검토 착수
입력 2017-02-23 18:09 수정 2017-02-24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