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 소비진작 방안이 담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도 2개월 만인 23일 내수활성화 대책을 꺼내들었다. 그만큼 소비 둔화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비침체가 심화되면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이에 당장 소비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했다. 하지만 개인의 가처분소득 향상 등 근본 해법은 빠져 있어 실효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 21일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2.6%로 제시하면서 1분기는 0%대 중반으로 예상했는데,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하면서 예상 1분기 성장 흐름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내수활성화 대책을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소비심리는 지난해 4분기부터 크게 위축됐다. 소비자들의 지출계획, 경기전망을 반영한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지난해 11월에 100 밑으로 떨어진 이후 줄곧 하락세다. 올해 1월에 93.3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체감경기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나쁘다는 의미다.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의 최대 원인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을 지목한다. 국내 정국 불안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졌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음식점·주점 등 서비스업 매출과 고용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것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난까지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장시간 근로에 묶여 돈을 쓸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시간·경직적 근로 관행도 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면서 “관행을 개선하고 일·가정 양립을 통해 소비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을 놓고 ‘탁상행정의 결과’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날’ 지정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이 ‘칼퇴근’도 어려운 상황에서 조퇴를 권장하는 정도로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실제로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300인 이상 기업들도 53.0%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객실 요금을 인하한 호텔·콘도에 재산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주는 정책은 정부가 각 지자체를 설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 이동통신 단말기를 판매할 때 현상경품(추첨 등 현상을 통해 당첨자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방안이 통신회사들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두고 대체로 혹평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인데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며 “경기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노동시장에서의 고용안정성을 회복하는 문제가 결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부의 내수활성화 방안이 단기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비슷한 대책들이 지난 수년간 반복적으로 나오다 보니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피로감이 들고,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국불안 상황이 해소된 이후 저성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소비절벽 심각…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도
입력 2017-02-24 00:45 수정 2017-02-2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