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성근(75) 감독처럼 야구팬 사이에 호불호가 엇갈리는 사람은 없다. 70대 노장임에도 야구에만 집중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혹사와 독불장군 이미지에 비판도 어느 누구보다 많이 받는다. 지난 15일 한화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이슈메이커 김 감독을 만났다.
선수들이 저녁 훈련에 몰두할 때인 오후 7시, 그는 감독실에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사방이 어두컴컴했지만 감독실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그는 저녁도 감독실에서 혼자 샌드위치 하나로 때웠다. 고독한 승부사 다운 모습이었다.
‘한화 감독 마지막 해라서 더 부담이 없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부담감 없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이었다.
유망주는 잘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자 난데없이 “30대 이상 선수가 27명이나 된다”고 푸념했다. 구단 전체 선수 엔트리가 50여명 되는 것을 감안하면 선수 절반 이상이 고령화 돼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한화가 김 감독 부임 이후 성적을 위해 유망주들을 다른 구단으로 보내고 즉시 전력 선수들을 데려왔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기대되는 유망주를 말해달라고 하자 “김용주가 괜찮다”고 했다. 한화는 투수진이 오른손 일색인데 좌완 신예 김용주가 역할을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올 예상 성적에 대해서는 한참 뜸을 들였다. 이는 지난해 한화가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결국 7위라는 성적을 받은데 대한 학습효과 때문으로 보였다. 그래도 계속 답을 기다리자 “시합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5강을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같은 투자는 없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같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뛰는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팀 조화가 잘 이뤄져야 우승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저녁 훈련이 없는 매주 월요일 선수들을 모아놓고 정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연습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다. 한화는 오키나와에서 치른 7번의 연습경기를 모두 졌다. 그는 “승패는 관계없다. 선수들은 이 연습경기가 기회니까 본인이 살려야 한다”며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훈련 욕심은 여전했다. 일부에서 한화 훈련량이 적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선수들은 하나같이 “올해 전지훈련 훈련량이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한술 더 뜬다. 그는 “지난해보다 연습량이 적다.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늘어난다”며 “아직 심한 훈련은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추후 본격적인 ‘지옥훈련’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180만 달러에 영입한 알렉시 오간도의 상태를 물어보자 그제서야 얼굴이 어느 정도 밝아졌다. 그는 “오간도가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좋다. 인성도 괜찮다”고 칭찬했다. 오간도는 현지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을 상대로 2경기에 나와 5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에 대해서도 “지난해보다 낫고 본인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올 시즌 프로야구를 말한다-<7> 한화 김성근 감독] “한 시합 한 시합에 최선… 5강 가겠다”
입력 2017-02-2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