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병 앓는데 대증요법으로 내수 살아날까

입력 2017-02-23 17:20 수정 2017-02-24 01:00
정부가 23일 내놓은 내수 활성화 방안은 한마디로 중증을 앓고 있는데 진통제 주사만 놓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고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엄중한 현실에 비춰 안일하기 짝이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정책의 큰 틀은 일관성 있게 가야 하고,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소비자들이 반색할 만한 솔깃한 정책이 아주 없지는 않다. KTX·SRT 등 고속철도를 25일 전에 조기 예약할 경우 최대 50% 할인해주기로 한 것이나 해외로 나가는 골프 여행객들을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해 골프산업 육성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는 것 등은 일부 소비진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매달 금요일 하루는 오후 4시에 칼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록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도 좋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은 300명 이상 대기업 중 53%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 실제 사업장에서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상당수 직장인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암병동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반도체 경기 개선과 유가 회복 덕분에 수출이 3개월 연속 늘긴 했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미·중 환율갈등 영향 등으로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내수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하면서 1분기는 0%대 중반으로 봤다. 그러나 소비절벽이 현실화하면서 이를 밑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양육비와 사교육비, 주거비 부담도 벅찬데 일자리는 줄고 노후 대책은 꿈도 꾸지 못한다. 1인당 2600만원씩 1344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가계를 더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백가쟁명식 정책을 내놓은들 효과가 있겠는가.

병의 원인을 알았으면 처방을 해야 한다. 소비를 늘리려면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늘려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소득을 증대시켜주고 교육·주택·복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수술해서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 소득증대→소비확대의 선순환을 이루려면 기업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임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돈을 풀어야 한다.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고 가계의 교육비·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대책을 내놔야 한다.

10년 주기 위기설에 4월 위기설, 7월 위기설이 제기될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 그런데도 대선 주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세금 쏟아붓는 장밋빛 공약만 읊어대고 국회는 기업 발목 잡을 궁리만 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