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지 꼭 열흘 만이다. 김정남 암살에 북한 외교관까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 여론이 악화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증거가 드러날 때마다 북한의 억지 주장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북한은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김정남이 돌발적인 심장 쇼크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사실 규명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심장 쇼크라고 일방적으로 규정지은 것이다. 특히 공동조사는 요구하면서 부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모순 그 자체다. 대형 테러사건을 저지른 뒤 우선 발뺌하고 보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남한과 말레이시아 비밀경찰이 짠 음모라는 북한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북한과 44년간 우호 관계를 맺어온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에 최소 8명의 북한 국적자가 연루됐다고 공식 발표하지 않았는가. 북한이 정말 떳떳하다면 궤변 대신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북한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법적 논리 싸움으로 몰고 가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법률가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대목도 시간 끌기용에 불과하다. 내부적으론 주민들에게 이번 사건을 최대한 은폐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약 3500자 분량의 담화에 ‘김정남’이라는 이름을 한 차례도 쓰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담화를 싣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남 피살 사건은 북한 정권 차원의 조직적 범죄라는 게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정부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때가 됐다. 각종 국제회의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집중 제기해야 한다. 유엔 회원국 자격 박탈이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도 고려해볼 만하다. 말레이시아와의 외교적 공조를 통해 다양한 제재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사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는 북한 김정은 정권
입력 2017-02-23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