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선진화법 개정도 여야 협치 없이 불가능하다

입력 2017-02-23 17:20 수정 2017-02-23 21:36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특검 연장을 비롯한 쟁점 법안 국회 처리가 어렵게 되자 이를 비판하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그는 “어느 한 당이 반대를 하면 다른 세 당이 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4당 체제를 재앙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4·13 총선 전에는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180석을 만들어 국회선진화법을 폐기해 버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민주당이 개정에 부정적이었고 지금은 한국당이 반대 입장이다. 원내 1당만 되면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인식이 180도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2012년 5월 여야가 합의로 개정한 국회법이다. 법안을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방 처리한 다수당의 횡포와 의사당 내에서의 볼썽사나운 몸싸움 등을 근절하기 위해 제정됐다.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에 상정이 가능하도록 했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여야 합의로만 국회를 운영하고 법안을 다루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전 새누리당이나 현 민주당 모두 이 법의 본래 제정 취지를 망각한 것이다. 원내 1당이 됐으니 자신들 입맛에 맞도록 법을 만들고 고치고 싶은데,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발목이 잡히자 이를 손대야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내에서의 지위에 따라 이처럼 입장이 바뀌니 법조차 당리당락으로 접근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 또는 폐기하기 위해서도 여야가 합의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든 12월 대선이 있든 4당 체제가 지속된다면 차기 대통령을 배출하는 여당은 다른 야당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정상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없다. 협치(協治)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어느 것 하나 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면 합의로 만든 법 탓도, 되지도 않을 개정 언급도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대신 여야 지도부는 끊임없이 대화해 타협하고 합의를 찾아 나가는 훈련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