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상숙 <12·끝> 시크교 예배 이끌던 이가 교회로… 기적 같은 일

입력 2017-02-24 00:06
홀리네이션스선교회를 통해 기독교인이 된 인도인들이 예배 후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 두 번째 터번을 쓴 사람이 김상숙 권사에게 전도를 받은 시크교 리더다.

하나님께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만나게 해주셨다. 이들의 영혼이 복음으로 살아나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시크교 리더와의 만남도 재미있는 추억이다. 인도에서는 머리에 터번을 두르면 자신이 시크교도임을 나타낸다. 한국에 올 때면 터번을 벗는다. 그런 모습을 공장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터번을 쓰고 있는 인도 사람을 만났다. 매우 열성적인 시크교 리더였다. 하얀 수염까지 길러서 그야말로 교주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평일엔 단추 공장에서 일했고 일요일에는 시크교 예배의 집전을 맡았다. 나는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제시라는 형제를 찾아가 성경공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시가 시크교 리더를 보고 마음에 방해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매주 그곳에 가서 조심스레 복음을 전했다. 어느 날 시크교 리더가 나를 따라오며 말했다. “제가 오늘 우연찮게 선생님 말씀을 들었는데 큰 감동을 받았어요. 누나라고 부르고 싶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그 다음 주엔 요한복음 1장을 전부 읽었는데 그는 제시보다 더 진지하게 읽고 반응했다.

어느 주일이었다. 예배를 드리기 전 교회 문 앞에서 외국인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터번을 두른 한 인도인이 교회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렐루야. 마침내 교회에 나온 것이다. 그는 저혈압으로 머리가 아픈 날이면 기도해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하나님은 한 영혼을 사랑하며 진심으로 기도할 때 그 기도를 언제나 들어주신다. 기적 같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적이라는 단어를 낯설어 한다. 아주 특별한 일,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롭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면 먼저 당황한다. 누군가 내게 기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기적이란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일을 우리가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하게 되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요.”

우리 선교회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어쩌면 하나님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기적은 지극히 당연한, 그야말로 상식에 속하는 일인 것이다.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기에 하나님은 오히려 우리에게 이렇게 물으신다. “나는 여호와요 모든 육체의 하나님이라 내게 할 수 없는 일이 있겠느냐.”(렘 32:27)

이 질문에 홀리네이션스선교회 사람들은 아주 단순하게 대답한다. “네, 하나님 아버지께는 능치 못한 일이 결코 없으십니다.” 그리고는 그저 하나님만 바라본다.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기도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기도할 때 무엇을 달라고 구하지 않는다. 이미 주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께서 그 약속을 지키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만약 자식들이 “엄마, 진짜 약속 지켜야 해. 꼭 해줘야 해”라고 계속 졸라댄다면 부모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반대로 자식들이 언제나 감사하며 부모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생각한다면 어떨까. 자식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하지 않을까.

국민일보 독자들도 날마다 “주님, 오늘도 부탁해요”라고 기도하며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시길 기원한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