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돌고래를 위하여

입력 2017-02-23 17:19

얼마 전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업무상 필요해서였는데 그 업무가 끝난 후에도 붙들고 있다. 이게 참 묘한 놀음인 게, 잘 활용하면 세상으로의 문을 활짝 열어주지만 반대로 그 안에 갇히기도 십상일 듯하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모두 이런 반응을 거쳤으니, 매체가 뭐가 됐든 문제는 인간의 자기조절 능력이다. 말이 약간 옆길로 샜는데, 다시 돌아오자면 그 페이스북에서 돌고래에 관한 짧은 외국 영상을 보았다. 돌고래가 수조 가장자리에 턱을 올려놓은 채 끽끽끽 소리치고 있었다. 제목은 웃는 돌고래. 올라온 반응은 한결같이 ‘아이 귀여워!’였다. 영어로. 순간 머리가 뜨거워졌다. 친한 친구의 소식에도 좀체 반응하지 않는 내가 분노에 찬 답글을 달았다. 감히 영어로. 얘는 지금 웃는 게 아냐! 풀어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거야!! (이 바보들아!!!-이건 차마 쓸 수 없었지만).

그렇게 화가 났던 이유는 얼마 전 울산에서 깊은 우려와 반대에도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가 닷새 만에 죽었다는 소식을 읽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무리해서 돌고래를 들여와야 했는지 알 수는 없다. 아마 돌고래 전시나 쇼가 꽤 흥행에 성공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리하고 귀여운 돌고래를 보는 게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좁은 수조에서 빙빙 돌며 돌고래는 미칠 지경이라는 것을. 힐링한답시고 함께 수영하며 쓰다듬어주는 게 돌고래에게는 고문이라는 것을. 일본에서 어린 돌고래 생포하는 과정이 얼마나 무자비한지를.

그 돌고래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가 전국의 돌고래 수족관을 조사하기로 했단다. 수족관이나 동물원을 아예 없앨 수는 없으니 최대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법이 생기는 게 당연하겠지.

그러는 한편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 안으로 깊이 스며들게 하는 방안을 끝없이 모색하고 실행해야겠지. 특히 동화작가들은. 아이들이 (아이들뿐 아니라 어떤 부류의 인간들이) 동물과 거의 동격이었던 지위에서 벗어난 게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지 않은가.














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