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대리인단, 탄핵심판을 진흙탕 만들려 하나

입력 2017-02-22 20:35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에서 결국 볼썽사나운 상황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22일 변론은 막무가내였다.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냐” “법을 아느냐”고 비난한 것을 비롯해 “사기극” “북한식 정치탄압” “헌재 자멸의 길” 등 막말이 잇따랐다. “여자는 약자다. 법관은 약자 편에 서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댔다. 필리버스터에 가까운 장광설을 늘어놓고, 박한철 전 헌재 소장 등 증인 20명을 무더기로 신청하더니 급기야 주심재판관 기피 신청까지 했다. 중차대한 사안을 다루는 최고 법정이란 사실을 의심케 한 이들의 행태는 도저히 정상적 변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역사적인 탄핵심판이 법률과 논리와 이성의 무대가 되지 못한다면 대단한 비극이다. 국가적 위기를 법치로 극복하려는 엄중한 자리를 진흙탕으로 만든 건 국가 질서를 부정하는 일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이 막바지에 이르자 노골적으로 시간을 끌려는 듯하다. 박 대통령 출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최종변론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가 24일에서 27일로 늦추자 다시 “3월 2, 3일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관이 7명으로 줄어들 때까지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이를 위해 정당한 논리와 합리적 사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막무가내로 나서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다. 재판부가 중심을 굳게 잡아야 할 것이다. 이들이 법과 국가의 격을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공정과 신속이란 당초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승복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셈이 됐다. 탄핵심판 이후의 국가적 통합이란 과제가 얼마나 지난할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볼 때 박 대통령도 끝까지 정치적 출구를 찾으려 할 듯하다. 여권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힘겹게 국가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 부담을 주는 선택은 더 이상 하지 말기 바란다.

나와 국민, 나와 국가 중 어느 쪽을 위해 행동할지 판단해야 할 때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국민과 국가를 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가와 결혼했다”는 가장 강한 말로 이를 다짐했던 박 대통령이 특검 조사, 탄핵심판에서 보인 행태는 철저하게 ‘나’를 위한 것이었다. 최순실씨에게는 기밀문서와 인사자료까지 보내준 마당에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대면조사는 숱한 조건을 들이대 무산 위기로 몰았고, 국정공백을 우려하는 헌재에선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한다면 진상규명에 협조했어야 하고, 이 시국에 시간을 끄는 것이 국가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 일인지 알았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언론이 박 대통령의 ‘마지막 애국심’을 기대하며 여러 제언을 내놓았다. 부질없는 글이 되고 말았다. 이제라도 국민과 했던 약속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