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흑인이 진짜 백인보다 열등하다고?

입력 2017-02-24 05:02

요즘 같은 세상에서 흑인은 백인보다 멍청하다고 말한다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이다. 범죄는 유전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런 주장은 범죄자 자녀에 대한 차별의 근거가 될 테니 그런 말을 하려면 온갖 비난을 감수할 각오부터 해야 한다.

일본의 저술가 다치바나 아키라는 이처럼 금기시되거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내용을 열거한 뒤 ‘이것이 과학적 진실’이라고 강조한다. 불온하고 위험한 책이다. 저자는 ‘세상은 원래 잔혹하고 부조리한 곳’이라는 말하면서 들머리부터 이런 문장부터 적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불쾌하다. 그러니 기분 좋게 하루를 마치고 싶다면 읽지 않는 편이 좋다.’

첫 챕터는 ‘노력은 유전을 이길 수 없다’. 저자는 범죄 성향이나 지능 수준이 대(代)를 이어 유전된다는 주장을 전개하려고 온갖 통계와 논문을 끌어온다. 인종에 따른 지능지수(IQ) 차이를 인정하라는 대목은 섬뜩할 정도다. 행여 독자가 “흑인 IQ가 낮은 건 낮은 소득으로 인한 열악한 교육 환경 탓”이라고 논박할까봐 같은 계층의 백인, 흑인 IQ를 비교해 백인이 월등하다는 데이터를 들이민다.

정신질환이나 알코올의존증이 유전된다는 내용을 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현병 유전율이 80%가 넘는다는 사실을 전하는데, 욕먹을 걸 각오하면서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편한 이데올로기’라는 이유로 배격하지 말고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해 치료에 활용하자는 것.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라면 책을 읽다가 허무함에 한숨을 내쉴 수도 있을 듯하다. ‘육아와 교육은 아이의 성장과 관계없다’는, 유전자가 학업 성취도나 성격을 결정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뒤표지를 장식하는 문구도 불쾌하긴 매한가지다.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으며 노력은 보상받지 못한다.’ 도대체 무슨 심보에서 이런 책을 내놓았는지 묻는다면 저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아주 잔혹한 진실이야말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는다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