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베스트셀러] 시베리아 억류사건 그 실체를 추적하다

입력 2017-02-24 05:00
1945년 8월 소련은 일본이 세운 만주국을 공격했다. 소련군은 같은 달 30일까지 만주와 한반도 북부의 일본 관동군을 전면 무장해제했다. 이후 관동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과 약 60만명의 일본군, 그리고 해방 후 소련이 점령한 38선 이북의 많은 민간인들이 소련 본토와 만주 사할린 몽골로 이송됐다. 이들 중 상당수가 수용소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추위와 배고픔 속에 세상을 떠났다.

소련정치사, 소·일관계사 전문가인 저자 도미타 다케시(富田武)는 1991년 소련 해체 뒤에도 이 대규모 억류 사건에 대한 실태 조사와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이 사건이 ‘시베리아(사할린) 억류’라고 통칭됨으로써 시베리아 외 지역에서도 억류가 이루어졌다는 인식이 정착되지 않았다. 둘째는 ‘일본은 억류의 피해자이며 잘못은 소련에 있다’는 냉전기에 형성된 통념이 오랫동안 연구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일본인 조선인 대만인 뿐 아니라 소련군과 교전한 독일군 포로 약 200만명, 그리고 독소전 초기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귀국 후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받은 소련장병들까지도 교정노동수용소 등에 수용된 사실이 소개돼 있다. ‘시베리아 억류’의 전체적인 윤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시베리아 억류 피해자 단체인 삭풍회는 일본 관동군의 만주지배를 억류 사건의 배경으로 지적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인용하며 이 사건의 원인으로 2차 대전뿐만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배도 함께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쥬코우신서 출판사, 263쪽.

교토=강희대 통신원

(도시샤대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