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소년은 왼손에는 물감을, 오른손에는 붓을 들고 있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은 귀엽고 앙증맞다. 하지만 소년도, 이 사진을 찍은 사람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소년이 훗날 세계 최고의 축구 공격수로 성장해 지구촌을 들썩이게 만들 것이라는 걸.
사진의 주인공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출신 축구스타 디디에 드로그바(39)다. 코트디부아르 최대 도시 아비장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부모 곁을 떠나 삼촌이 사는 프랑스로 이주했다. 사진은 프랑스 한 초등학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꼬마’ 드로그바의 모습이다.
자서전에는 그가 축구 스타로 살면서 겪은 영광과 좌절의 스토리가 세세하게 담겼다.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한 순간, 2005년 독일 월드컵 예선을 치를 때 “제발 무기를 내려놓자”고 호소해 조국의 내전을 멈추게 만든 전설적인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축구 영웅 박지성과 관련된 대목도 짧게 등장한다. 말미에는 드로그바가 선정한 ‘베스트 5 선수들’도 적혀 있다.
2007년 조국을 위해 자선단체를 설립하기도 한 드로그바는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내가 축구에 나의 흔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미래에 사람들이 나에 대해 ‘드로그바는 좋은 선수이기도 했지만 영리해서 축구를 통해 다른 걸 할 줄도 아는 선수였다’고 기억했으면 한다.’
박지훈 기자
[책속의 컷] 붓을 든 지구촌 최고의 공격수
입력 2017-02-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