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53·사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겸 사무처장(차관급)은 1989년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공직에 입문해 정보통신부와 법제처를 거쳐 2008년 행정심판심의관으로 권익위에 발을 들였다. 이후 권익위에서 행정심판국장, 권익제도기획관, 권익개선정책국장을 역임하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2014년 7월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지 넉 달 만에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에 취임했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늘 조직 내 두터운 신망 속에 우수한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 세종청사 권익위에서 김 부위원장을 만났다.
-권익위에서 보낸 지난 9년여의 소감을 피력한다면.
▷권익위는 행정부 내에서 자체적으로 행정의 오류를 시정해 국민의 권익을 구제하고 청렴한 공직 풍토를 조성하는 일을 한다. 다시 말해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와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9년여간 권익위에서 업무과정을 되돌아보면 보람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면서 앞으로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국민권익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청탁금지법의 경우도 국민들의 전적인 지지 덕분에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있는 것 같아 긍지를 갖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위법 부당한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그 처분의 당사자가 큰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 공직사회의 청렴 수준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국민의 기대와 선진국 수준에는 많이 떨어져 있는 현실도 안타깝다. 그래서 국민의 권익을 철저히 보호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할 일이 참 많고 더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충민원이나 집단민원 조정을 이끌어내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평소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으로 최대한 민원현장을 자주 찾는다. 지난해만 해도 72건의 집단민원을 현장조정으로 해결해 7만여명의 고충을 해결했다. 기억에 남는 민원현장은 많은데,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 규제와 법규미비로 인해 고통받는 중소기업 민원, 1만여명에 이르는 다수인이 제기한 민원, 관계기관간 갈등으로 인해 해소되지 못한 극심한 생활피해 민원 등이 있다. 지난해 4월 구(舊) 단양시가지 일부가 하천구역으로 지정돼 30여년 동안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된 주민들의 집단민원을 충북 단양군, 원주지방국토관리청,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수차례 협의와 조정을 통해 해결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인근 갈매 나들목 공사 지연으로 인한 1만5000여 주민들의 집단민원도 해결했다. 동두천 지행역 방음벽 설치와 관련해 10여년 동안 끌어온 주민들의 민원도 잘 조정했다.
-청탁금지법은 정말 안착되고 있다고 보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50여일 됐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이 법은 제정·시행까지 5년 3개월이나 사회적 격론을 거치면서 천신만고 끝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우리 국민의 85%가 청탁금지법 시행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일부 산업과 업종에는 피해가 있을 수 있다. 화훼산업의 경우, 바람직한 방향은 대규모 화환을 보내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소소하고 작은 화분은 보내는 운동을 추진하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도 권익위에서 각 부서에 작은 화분이나 꽃을 보내며 화훼 소비운동을 펼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건전한 소비활동이 농림부나 주무기관이 주축이 돼 생활 속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 좋겠다.
-그럼에도 곳곳에서는 볼멘소리가 많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만 해당되고, 과도하게 하지 말라는 취지이다. 그 범위 안에서는 문제가 없고 일반인은 관련이 없다. 법의 취지와 내용을 정확히 알고 준수한다면 산업에도 피해가 없고, 공직사회의 청렴풍토도 확보할 것이다. 이 법의 목적은 ‘함께 가는 것’이지, 어느 하나를 죽이면서 가는 것은 아니다. 권익위는 앞으로도 전국민이 이 법의 취지와 내용을 바로 알고 지킬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평소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직원들 대부분 가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녁시간은 개인과 가정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편이다. 조직이 잘 되려면 개인의 정체성과 사명이 중요하고, 이를 진작시키기 위해선 동기유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충민원 처리나 행정심판에 대해서는 현장에 가서 소통하고, 편견을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일의 성과가 잘 나오려면 기본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렴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권익위의 역할이 더 커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흠결이 있거나 불량한 행정서비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다 우리사회의 청렴 수준이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고 있으며, 국민의 정책 참여와 소통 욕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권익위 직원들은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국민의 권익이 소홀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서민과 영세기업의 고충민원상담, 이동신문고 운영을 강화하는 한편 행정심판 국선대리인제를 도입하는 등 권익구제 기능과 제도를 총동원해 행정기관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적극 지원하고 고충을 해소해 나가겠다.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권익위가 올해 출범 10년을 맞이하게 됐다. 그간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격려, 질책을 동시에 받았다. 권익위는 앞으로도 현장으로 달려가 국민의 곁에서, 국민의 입장과 시각에서, 국민의 권익을 위해 고충민원·행정심판과 각종 청탁·부패·공익신고 사건을 충실히 처리해 나갈 것이다.
특히 국민의 불편이나 부패를 유발하는 제도를 개선하겠다. 청렴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목표이기에 청탁금지법이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안착되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 지혜와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나라, 따뜻한 사회를 후손에게 물려주도록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부탁드린다.
양병하 기자 md5945@kukinews.com
[공복에게 듣는다-김인수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청렴사회 정착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 목표”
입력 2017-02-26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