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71년 개정된 수정헌법 26조에 준해 선거가능 연령을 18세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그 보다 훨씬 앞선 1941년, 상원의원 길고어의 법안에서부터 시작됐다. 법안발의 당시, 하원조차 통과하지 못했지만 미국사회 전반에 선거연령 논의를 촉발하게 된다.
1942년은 선거연령 논의의 큰 전환점이 된 해였다.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에 징집할 군인들을 충당하기 위해 징집 연령을 기존 21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법안을 의회에 요청, 통과시키게 된다. 바로 이때 등장한 슬로건이 바로 ‘Old Enough to fight, old enough to vote’이다. 이 강력한 명분에 힘입어 1943년 조지아주를 시작으로 몇몇 주와 유력 정치인, 그리고 전·현직 대통령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며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치시스템과 재정 문제를 둘러싼 정견의 차이를 좁히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 헌법 개정 시도로까지 이어졌다.
1971년 3월 미국 의회는 마침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헌법 개정에 합의했다.. 물론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가 헌법 개정안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평등보호조항’이었다. 즉 군대징집을 통해 국가에 희생을 강요하면서 선거권만 예외로 두는 이러한 상황을 넓은 의미의 차별이라고 해석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현행법상 18세 이상을 군 입대와 결혼이 가능한 나이로 규정한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은 이들의 정치 이해 부족과 미성숙을 문제 삼는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제도적 혼란과 재정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를 서구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인즉 서구의 경우는 정당정치가 이미 뿌리박힌 지 오래지만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정치권이 미성숙하기 때문에라도 18세 선거권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앞서 선거연령을 낮췄던 미국은 어떨까? 최근 미국은 생애 첫 투표시기가 빠를수록 투표 습관이 더 오래간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16세 선거권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성숙 미성숙의 논리 대신 유권자의 정치참여라는 본질적 쟁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왜 선거연령이 18세여야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내리기 쉽지 않다. 단순히 많은 나라들이 그렇기 때문이거나 그들이 현실정치의 직접적인 대상자여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18세에 갑자기 정치적인 이해도가 증가할리도 만무하다.
선거가능 연령은 상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 연령에 부과하는 책임 및 권리에 상응해야 한다. 핵심은 우리 사회가 18세 청소년들을 대하는 이중적인 잣대이다. 군대, 혼인 등과 같이 성인에 준하는 대우를 부여하면서도 선거권만은 안 된다는 논리는 누가 봐도 부당하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시험과 도전의 역사였으며 책임을 동반한 다양한 권리의 확대를 통해 발전해왔다. 지금 우리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참정권 확대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려보는 시도가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한기영 (중앙선관위 연구관·동국대 겸임교수)
[기고] 18세 선거권… 왜 이중잣대 들이대나
입력 2017-02-26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