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32일 동안 매일 거짓말했다

입력 2017-02-23 00:01

워싱턴포스트(WP)의 팩트체커(사실검증) 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거짓말이나 과장·왜곡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달 20일 취임식부터 이달 20일까지 32일 동안 트럼프가 내뱉은 허위·왜곡 주장은 132건에 달한다. 거짓말은 그가 애용하는 트위터로만 한 것은 아니다. 공식 성명과 기자회견, 사전에 준비된 연설에서도 허위 사실이 자주 등장했다.

트럼프는 자기 발언의 오류가 드러나도 위축되지 않는다. 그는 지난 1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내가 대선에서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했는데 이는 로널드 레이건 이후 최대”라고 말했다. 사실은 1984년 이후 9차례 대선 가운데 7위에 그치는 기록이다. 한 기자가 이를 지적하자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만 따진 거라고 했다. 그러나 공화당만 따져도 아버지 부시의 기록(426명)이 트럼프를 앞선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몰랐다. 이제 알았네”라고 답했다.

그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관한 잘못된 주장도 많이 내놨다. 한 연설에서 “미국은 수천명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들을 심사하는 수단이 없다. 기록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난민이 입국할 때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가 신중하게 심사하고 있으니 이는 거짓이다.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트럼프는 지난 18일 연설에서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1807년 제퍼슨이 “신문에 나온 것 중에 믿을 수 있는 건 없다. 진실 자체도 오염된 장치를 통해 나오면 의심스러운 것이 돼버린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WP에 따르면 제퍼슨은 언론을 공격하기보다 언론 자유를 적극 수호하는 입장이었다. 트럼프가 인용한 발언은 제퍼슨이 정적(政敵)의 언론플레이로 화가 잔뜩 났을 때 기자가 되려는 젊은이를 만류하면서 한 말이다. 자기 구미에 딱 맞는 부분만 발췌해 써먹은 것이다.

트럼프는 언론을 가리키며 “당신네 지지율은 의회보다도 낮다”고 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 의회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9%, 신문은 20%였다.

트럼프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정권으로부터) 온통 엉망인 나라를 물려받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경제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오바마가 취임한 2009년은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다. 이에 비하면 지금 경제 상황은 매우 양호하다.

대통령이 된 뒤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이 돌변한 경우도 있다. 오바마 재임 시절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 ‘버블’이라고 비판했던 트럼프는 본인 취임 후 주가지수가 치솟자 “주식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본인 지지율도 가장 잘나온 것만 갖다 쓴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39%, 갤럽에선 40%가 나왔을 때 트럼프는 “라스무센 조사에서 55%가 나왔다”고 자랑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