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구인데… 남경필은 왜 유승민만 때릴까

입력 2017-02-23 00:05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겨냥한 남경필 경기지사의 공격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남 지사는 22일에는 유 의원을 향해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유승민 의원을 위한 충고’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유 의원의 보수 후보 단일화 주장에 대해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해당행위”라고 지적했다.

남 지사가 유 의원을 거듭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차적으로는 바른정당 소속 대선 주자로 경쟁 중인 유 의원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자유한국당과 완전히 결별해야 보수 진영을 재건할 수 있다는 소신이 배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남 지사는 “국정농단 세력과의 후보 단일화를 포기할 수 없는 유 의원이라면 차라리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길 권한다”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유 의원을 위해서도 나을 것”이라고 했다.

남 지사는 당사 회의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보수 후보 단일화 주장은) 대구·경북(TK) 등 핵심 지지층 때문이라는 건 이해되지만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없는 길”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 비판이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남 지사는 지난해 11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은 정당다움을 잃어버렸다”며 가장 먼저 탈당했고, 유 의원은 당 쇄신을 위한 고심을 거듭하던 끝에 한 달 뒤쯤 탈당했다. 유 의원이 보수 정당의 지지 기반인 TK 민심에 미련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남 지사 측 평가다.

일각에선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는 남 지사의 조급증이 강경 발언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유 의원과 남 지사는 지지율이 답보 상태다. 바른정당 지지율 하락까지 겹친 상황에서 마땅한 경선 흥행 카드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같은 당 후보끼리 싸워도 ‘노이즈 마케팅’조차 잘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남 지사의 공세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유 의원은 이날 전북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빈곤을 이유로 군대에 가는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하다. 결국 전방은 가난으로 군에 가는 젊은이가 갈 것”이라며 남 지사의 모병제 공약을 비판했다.

유 의원 측은 “남 지사가 진의를 오해하고 있다”며 “보수 후보 단일화는 한국당과 타협하거나 TK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낡은 보수인 한국당을 극복하고 보수 혁신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