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2010년부터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에 대해 자동차 전용인지를 엄격히 검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해외 생산 차량인 JD(유럽 수출용 모델 ‘씨드’)에 자동차용이 아닌 상업용 반도체를 썼다는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반도체 부품에는 자동차용이 따로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실 확인을 위한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국민일보가 22일 입수한 현대·기아차의 ‘전자소자 관련 체크 시트(Check Sheet)’ 관련 내부 문서를 보면 협력업체가 납품하는 반도체 부품의 자세한 사양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품명, 자동차용 (부품) 여부, 제조사 등 모두 9가지 항목을 채워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예시로 차체제어모듈(BCM·Body Control Module)에 들어가는 다이오드 반도체 부품을 들었다. 현대·기아차는 최소 1200대의 JD 차량을 제작하면서 자동차용이 아닌 상업용 다이오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는 해당 문서에 ‘자동차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 첨부’를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미국 자동차 전자부품위원회(AEC) 규정에 부합하거나 자동차 생산부품 승인 절차(PPAP·Automotive Production Parts Approval Process) 요건 등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자동차용이 아닌 부품을 쓰도록 설계됐다면 이를 바꿔야 한다고까지 적혀 있다.
문서 작성자는 ‘HKMC(현대 기아 모터 컴퍼니)’로 돼 있다. 작성 날짜는 2010년 10월 8일이다.
문서에 따르면 국민일보 보도에 대한 현대차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6월 JD 차량에 사용한 7200개의 반도체가 AEC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이었다는 지적에 “AEC 규격에는 부합하지 않았지만 그때는 AEC 승인이 의무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었다. 이어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자동차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맞춤형으로 그때그때 제작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0년에 작성한 내부 문서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당 문서의 진위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의혹에 대해 자료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자동자 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에서 국토부에 현대·기아차의 부적절 반도체 사용 의혹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단독] 현대차 “의무 아니었다”와 배치… 국민일보 ‘전자소자 체크 시트’ 입수
입력 2017-02-22 17:41 수정 2017-02-22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