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송(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을 조사하기 위해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또 이미 평양으로 도망간 용의자 4명에 대한 신병 인도 요청도 거부하면서 ‘오리발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광송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가 그를 조사하기 위해선 북측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외교관은 체류국의 민사 및 형사관할권이 면제되고, 잘못이 있더라도 추방만 할 수 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이미 이번 사건의 북한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한 상황에서 북측이 현광송을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에 출석시킬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사관 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욱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강 대사는 북한으로 이미 들어간 4명에 대해서도 “그들은 용의자가 아니다”고 부인했기에 이들 역시 말레이시아 측에 신병을 인도할 리 만무하다.
대신 북한은 김정남 시신 인도만 줄기차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간끌기를 하면서 사건을 유야무야시키는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핵심 용의자들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을 수 있고, 그게 북한이 바라는 최선의 결과다. 때문에 섣불리 ‘수사 협조’에 나섰다가 자신들의 소행임이 더욱 굳어지고 이로 인해 향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는 상황은 결단코 막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방해를 위해선 말레이시아와의 국교 단절을 감수할 수도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코너 몰린 北, ‘오리발 전략’ 펼칠 듯
입력 2017-02-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