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2003년 불법 대선자금을 개인 용도로 유용한 데 대해 “제 잘못이 맞다”며 공개 사과했다.
안 지사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때 살던 집의 매각 시점과 새 집에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맞지 않아 부족분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으로부터 융통해 썼다. 그렇게 돈을 돌려쓴 건 분명히 제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벌은 벌대로 받았고 공천 탈락 등 개인적 불행도 겪었다”며 “당 최고위원 선거와 충남도지사 선거를 통해 일정 정도 정치적 사면과 복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던 안 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03년 두 차례 기소됐다. 검찰은 2004년 3월 “안희정씨가 2억원을 유용했고, 그중 일부가 아파트 구입 비용으로 들어갔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법원은 2004년 11월 안 지사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4억9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 지사는 ‘대통령 취임 후 해외방문 우선순위’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세팅되는 올 여름 전 미국을 급하게 방문해야 한다”며 미국 방문에 무게를 뒀다. 다만 “가능하면 외교적 프로토콜로 첨예하게 비치지 않는 일정을 잡고 싶다. 중국도 오랜 친구로서 잘 지내야 될 국가”라며 “어느 한쪽에 쏠리는 행보는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남북대화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대화라는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어야지 이를 포기하면 안 된다”며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대화는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증세 문제와 관련해선 “당장 세금을 올릴까 말까 묻는 것은 대선 국면에서 촉박한 논쟁”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더 넓은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 경제성장률 목표와 정책에 따라 상황별로 증세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토론회에서는 안 지사의 과거사와 화법 등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학생운동 전력을 문제삼는 질문에 그는 “30년 전 청년이 했던 일들이 지금 정치인 안희정을 규정할 것으로 보는가”라며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어 “동서냉전과 사회주의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 저에 대해 아직 불안한 국민들이 있다면 믿고 맡기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이어진 ‘선의’ 발언에 대해선 “참여정부나 도지사 때 ‘밉다’고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 계속 서야 했다”며 “비난을 받아들이고 대화하려면 상대에 대한 미움을 갖고는 도저히 대화할 수 없었고, 있는 그대로 (선의로) 소통해야 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너무 어렵고 관념적으로 말한다’는 평가에는 “인정한다. 요점만 짧게 말하는 것을 훈련받겠다”고 수용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으니 ‘비선실세’ 아니었느냐는 물음에는 “가깝긴 했지만 권력의 크기로 보면 실세가 아닌 허세였다”고 웃어넘겼다. 민주당 ‘탈당설’에는 “제 사전엔 있을 수 없다. ‘(문)재인산성’ 얘기가 나오지만 모든 건 국민이 결정한다”며 경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안희정 “2003년 불법 대선자금 개인용도 유용은 잘못” 사과
입력 2017-02-2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