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9월 자신의 사퇴와 관련된 상황을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최순실씨에게 전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22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제1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측 신청 증인이었지만 박 대통령과 최씨의 긴밀한 관계를 나타내는 증언이 상당수 나왔다. 안 전 수석을 마지막으로 탄핵심판의 증인 신문은 사실상 종료됐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9월쯤 정씨가 최씨를 언급하며 사퇴 의사를 번복하고 있다는 말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서 들었다고 진술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9월 30일 미르·K스포츠재단의 통폐합을 발표했다. 정씨는 사의를 표명했다가 번복했다.
안 전 수석은 정씨에게 “사퇴가 바람직하다”고 재차 권유했다고 한다. 정씨는 그러자 “박 대통령에게 이런 상황을 얘기해 최씨에게 전달되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정씨에게 “대통령한테서 최씨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 상임이사였던 정현식 전 사무총장을 비상임이사로 바꾸라는 지시도 박 대통령이 했다고 진술했다. 박 대통령이 정 전 총장은 체육인이 아니라 사무총장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최씨가 사실상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를 박 대통령이 유망기업으로 추천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에게 더블루케이 조성민 대표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연결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GKL은 이후 장애인펜싱팀을 창단하고 더블루케이에 용역을 맡긴다. 안 전 수석은 “당시 교문수석도 박 대통령에게서 더블루케이가 유망기업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업무의 비중이 국정운영의 1%보다는 큰 것 아니었느냐고 안 전 수석에게 질문했다. 안 전 수석은 “그렇다. 문화융성이 중요 국정과제였다”며 “돌이켜보면 더 여유를 가지고 했어야 했다. 대통령 지시라 빨리 출연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정, 대통령 통해 崔에게 얘기 전해달라 요구”
입력 2017-02-22 17:48 수정 2017-02-22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