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싼타페’ 타다 급발진 추정 사고 잇따르는데 결론은 ‘제조사 책임 없음’

입력 2017-02-23 05:05
지난달 1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서 발생한 급발진 추정 사고로 차량 앞부분이 완전히 함몰된 현대차 싼타페의 모습. 이 사고로 운전자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가 중상을 입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제공

지난해 8월 2일 현대자동차 싼타페를 몰고 부산 감만동을 지나던 한모씨는 갑자기 분당 회전수(RPM)가 급격히 올라가는 일을 겪었다.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현상이다. 한씨는 즉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교차로에서 빨간불 신호가 떴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한씨가 운전대를 꺾었지만 도로 한쪽에 불법 주차한 트레일러의 뒤쪽을 들이받고서야 차는 멈췄다. 이 사고로 한씨의 아내와 딸, 손주 2명 등 4명이 사망했다. 한씨도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차량의 결함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제조사 책임도 입증 불가능했다.

23년간 무사고 운전 경력을 지닌 권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권씨가 지난달 1일 경북 경산시에서 주차해 둔 현대차 싼타페DM의 시동을 켠 직후였다. 차는 ‘웽’ 하는 굉음을 냈다. 아무리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주차돼 있던 차량 2대와 충돌한 권씨의 차는 앞부분이 함몰됐다. 동승한 권씨의 아내는 타박상과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급발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고, 제조사의 피해 보상 역시 없었다.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도, 답변을 듣지도 못하고 있다. ‘급발진=결함’이라는 공식을 입증하지 못한 탓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자동차 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급발진 등 결함이 원인으로 보이는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참석했다. 제조업체별로 현대·기아차 모델 3건, 한국지엠과 벤츠 각각 2건이다.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제조사의 책임을 지적했다. 급발진 추정 사고는 사건 조사를 담당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능력 부족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사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었다는 최모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가 자기들은 결함조사 장비와 기술진이 없는데 현대차는 있다고 했다”며 “마치 의료사고를 당했는데 가해 의사에게 부검을 시키자고 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미국의 경우 법원 판결을 통해 제조사에 급발진 책임을 물은 사례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조사 책임으로 결론 내려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박 의원은 “운전자 책임으로만 돌리고 결함이 있는 제품을 판매한 제조사 책임을 묻지 않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