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쓰고 막지못한 저출산… 시스템이 문제다

입력 2017-02-23 00:00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결국 실패했다. 10년간 80조2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출생아 수의 지속적 하락과 역대 최저 출생(2016년 40만6300명)으로 나타났다.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이들이 낳는 자녀 수도 같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는 25∼39세 여성은 2006년만 해도 625만명에 이르렀지만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519만7000명에 그쳤다. 10년 동안 105만3000명이 줄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상승하지 않는 이상 출생아 수는 꾸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마저 1.17명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비혼·만혼 현상도 출생아 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율이 굉장히 낮아지면서 출산율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30대 초반 인구 감소와 30대 후반 인구의 혼인율이 떨어진 것이 지난해 역대 최저 출생아 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연간 출생아 수는 40만명 전후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만간 출생아 수 40만명 선이 붕괴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반전의 계기는 없을까.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바꾸려면 고용·교육·보육·주택 등 총체적인 사회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거주지를 마련하고, 여성이 아이를 낳은 뒤 일·가정 양립을 통해 육아와 보육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또 사교육비 축소 등 자녀 교육으로까지 이어지는 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수박 겉핥기식’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내고 “10년 이상에 걸쳐 법·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정책 목표의 비일관성, 주요 대책의 실효성 부족, 패러다임의 전환과 사회구조적 대응 실패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추진된 제3차 기본계획에 대해 “큰 틀과 세부정책에서 기존 대책과 큰 차이가 없고, 새로 제시한 청년 일자리·주거 대책마저도 결혼·출산 선택을 지지할 수 있는 실효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3차 기본계획에서 밝힌 지난해 목표는 출생아 수 44만5000명, 합계출산율 1.27명이었다. 두 목표 모두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저출산 해법으로 ‘0∼18세 자녀에 대한 아동수당’ 도입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아동수당은 성장기 전체에 걸친 최소한의 기초양육비용을 보장함으로써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보육·돌봄의 격차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출산·육아기의 육아휴직급여 현실화와 육아수당 도입, 최저임금 인상,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 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