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지각 변동 예고

입력 2017-02-23 00:00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 규모를 1조엔(약 10조원)까지 늘리기로 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당초 지분 19.9%를 매각해 2조∼3조원을 조달하겠다고 했으나 경영권까지 넘기는 수준으로 매각 규모를 늘렸다. 재입찰 여부는 24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차 입찰에 참여했던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의 매각 규모를 지분의 50% 이상인 1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분의 절반 이상을 파는 만큼 반도체 사업의 경영권까지 넘기겠다는 것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9.6%로 2위다. 점유율 10.1%인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 뛰어들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1위인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도시바의 1차 입찰에는 SK하이닉스 외에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폭스콘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매각 규모를 늘리면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낸드플래시 수요가 높은 애플은 기술 자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바에 지분 투자를 하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크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같은 셈법에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도시바가 매각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은 미국 원전사업의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사업에서 7000억엔(약 7조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로 예정됐던 실적 발표가 돌연 연기되자 도시바의 손실 규모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도시바는 실적 발표 일자를 한 달 뒤로 미뤘다.

도시바는 24일 재입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당초 다음달 말로 예정했던 지분 매각은 내년 3월까지로 기간을 늘린다. 매각 비율을 늘리고 기간을 연장하면서 기업들의 입찰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도시바의 핵심 기술이 외국 기업에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반응이 나온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은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스마트 기기의 고성능화, IoT(사물인터넷) 환경 확산 등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2020년까지 매년 평균 44%씩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