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ISA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7-02-22 17:46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말 것인가. 서민의 자산을 불려주겠다는 목표로 금융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 달 출시 1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저조한 수익률로 중도해지자가 속출하고 있다.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처럼 반짝 인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ISA 가입자는 239만788명이다. 업종별로 은행 가입자 218만225명, 증권사 20만9645명, 보험사 918명이다. 총 투자금액은 3조4116억원이다. 정부가 주도해 만든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적금,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에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다. 시행 초기 ‘만능통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중도해지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순가입자(신규 가입자에서 해지자를 뺀 수치)는 -1만5075명을 기록했다. 신규 가입자보다 중도해지한 사람이 더 많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은행 가입자는 8209명이나 줄었다. 은행권의 순감은 처음이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7월, 보험업계는 지난해 9월부터 가입자 이탈이 시작됐다.

투자자들은 왜 ISA에서 발을 빼는 것일까. ISA는 3년 혹은 5년의 의무가입 기간을 지켜야만 세제 혜택(순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200만원 초과는 9.9% 과세)을 받을 수 있다. 중도해지하면 이자소득에 일반 금융상품과 같은 15.4%의 세금이 붙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수료만 물게 된 셈이다.

그런데도 중도해지가 속출하는 것은 ISA의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저성장·저금리가 고착된 데다 주가도 ‘박스권’에 갇히면서 높은 수익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투자자의 돈을 알아서 투자하는 ‘일임형 ISA’의 경우 출시 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수익률이 평균 1.46%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201개 일임형 ISA 상품 가운데 108개만 누적 수익률 1%를 넘겼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원금을 까먹은 상품도 많다.

여기에다 긴 의무가입 기간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앞서 내놨던 재형저축(7년)과 소장펀드(5년)도 긴 의무가입 기간에 비해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았다. 결국 두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ISA도 3년과 5년이라는 의무가입 기간에 비해 세제 혜택이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는 한계도 있다. 가입을 위해 소득증빙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등 절차마저 복잡하다.

가입자 이탈이 심각해지자 금융 당국은 세제 혜택 확대, 중도인출 부분 허용 등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다만 세제 당국과 의견차 등으로 실제 시행될지 불투명하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가입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 가입 자격이 전년도 근로소득·사업소득이 있는 자나 농어민으로 제한돼 주부 등을 공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3∼5년이라는 의무가입 기간도 길다. 긴 기간에 비하면 혜택은 다른 상품과 비교했을 때 더 좋다고 보기 힘들다”며 “만기를 10년 정도까지 늘리되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