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규면세점 4곳 성적표 ‘희비’

입력 2017-02-22 17:40 수정 2017-02-23 09:53
신세계면세점이 개점 9개월만인 지난달 흑자를 달성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찾은 관광객들이 전지현 광고물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신세계디에프 제공

지난해 일제히 문을 연(그랜드오픈 기준)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이 1월 성적표를 놓고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HDC신라와 신세계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한화와 두산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 개점 9개월만인 지난달 12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월 명동점 매출은 750억원, 영업이익은 12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이달에도 하루 매출이 최고 52억원에 달했고, 평균 매출이 38억원까지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지난 9일 1월 매출 실적을 공개하고 흑자 전환 소식을 알렸다. 1월 HDC신라는 1억25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신규 면세점 최초로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다.

반면 한화갤러리아와 두산면세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시장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후 임원들은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했고 부장과 차장, 과장급 등 중간관리자급은 상여금을 기존 800%에서 700%로 하향 조정해 자진 반납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25%가량이 임금을 반납하며 면세점 사업 부진에 따른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향후 경영이 정상화되면 해당 임직원들에게 특별 상여금 형태로 자진 반납 금액을 보존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사업은 지난해 438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에 문을 연 두산그룹 두타면세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면세점을 총괄하던 이천우 부사장이 물러나고 조용만 부사장이 면세점을 맡고 있지만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오는 4월 강북 지역 최초로 쉐이크쉑(쉑쉑버거)을 유치하며 인기 식음료 매장으로 관광객 몰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300억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신규 면세점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반짝 실적’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월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가 있던 달이었다. 한국관광공사의 1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숫자는 56만5243명으로 전월 대비 3만명가량 늘었다. 설 연휴를 맞아 외국 여행을 떠난 내국인들도 면세점 매출을 견인했다. 출국자 수는 234만3048명으로 지난해 12월(200만7035명)보다 크게 늘어났다.

앞으로는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저가 여행 규제 등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 하반기 신규 면세점 3곳이 추가로 개장하는 것도 부담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처음으로 면세점 특허를 받았고, 신세계면세점은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점을 개장한다. 지난달 재개장 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신규 면세점에는 큰 부담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1월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분기 흑자를 이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