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지난해 시민 10명 중 7명의 체중이 평균 9㎏가량 감소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식량이 부족해 끼니를 때마다 챙기지 못한 탓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시몬 볼리바르대학교(USB) 등 3개 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베네수엘라 6500가구 구성원을 대상으로 생활 여건을 조사한 결과 72.7%가 평균 8.7㎏ 체중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전체의 32.5%는 하루 한두 끼만 먹으면서 살았는데 이전 년도 조사 때(11.3%)보다 3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연구팀은 베네수엘라 인구 3100만명 중 960만명 이상이 하루 두 끼 이하를 섭취한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 엘 나시오날에 따르면 빈곤 상태에 놓였다고 응답한 가구가 전체의 82%로 기록돼 전년(48%)보다 크게 올랐다. 또 현재 수입으로는 식량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이 93.3%까지 치솟았다. 식량 배급을 받으러 가느라 학교에 결석한 경험이 있다는 아동도 전체의 65%나 됐다.
마리차 란다에타 베네수엘라 보건관측소 연구원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4년과 비교해 식습관의 변화가 확연하다”며 “쌀과 빵, 닭고기와 소고기가 주식이었다면 지금은 감자 등 뿌리채소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배곯는 시민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실패한 경제 정책을 비꼬아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166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엔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거리에서 개와 고양이, 비둘기까지 사냥해 먹는 시민들의 참상이 보도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베네수엘라의 최신 유행은 ‘마두로 다이어트’?
입력 2017-02-22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