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의 ‘눈물’] 닭 1마리 사육 소득 486원인데 AI 보상금은 달랑 128원 책정

입력 2017-02-23 00:0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22일로 100일째다. 1000만 마리 이상의 닭을 살처분하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원칙 없는 보상정책 때문에 양계농가는 두 번 눈물을 흘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AI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육계 1마리에 128원의 보상금을 책정했다. 최근 5년간 양계농가의 연도별 소득 중에서 최고와 최저를 기록한 해를 빼고 나머지 3년의 소득을 평균해서 계산한 결과 128원이 산출됐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양계농가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산출된 보상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따르면, 계열화 양계농가의 올해 마리당 사육비(육계 기준)는 486원이다.

계열화 농가는 하림 등 대기업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닭을 출하할 때 기업에서 사육농가에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다. 사육비가 곧 농가소득인 셈이다.

2010년 이후 계열화 양계농가의 마리당 평균 소득은 400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여기에다 정부는 2014년 AI 발생 당시에 마리당 보상금을 345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양계농가의 평균 소득은 400원대가 유지됐는데 불과 2년 새 정부 보상금은 3분의 1로 추락한 것이다. 한 계열화 양계농장주는 “AI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육계 1마리를 키우면 하림으로부터 400원 이상을 받았는데 갑자기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으로 100원을 준다는데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계열화 농가가 아닌 일반 양계농가까지 합쳐서 평균 소득을 계산해 보니 보상금이 2014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계농가의 91%(육계 기준)는 이미 계열화돼 있다. 나머지 10%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양계농가의 소득이 2년 새 큰 폭으로 줄어들지 않은 이상 보상비가 절반 이상으로 깎인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계농가는 22일 계열화 사업자의 평균 소득에서 70%인 300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며 농식품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농식품부에 지속적으로 양계농가 입장을 전달하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AI 발생 100일 동안 정부의 방역실패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은 양계농가에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기는커녕 잘못된 계산법으로 보상금을 ‘후려치기’ 하는 정부의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