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목회’ 성도들은 행복하겠네!

입력 2017-02-24 00:00
박성호 목원감리교회 목사가 최근 여의도 국민일보사옥에서 스케치북에 직접 그린 예수를 보여주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박 목사가 예배 시간에 색소폰을 부는 모습. 목원감리교회 제공
유화 수채화 만화를 가르치는 그림교실, 진로와 가족, 신앙 상담을 하는 상담실…. 성도가 많은 대형교회 쯤으로 생각할 만하다. 경기도 고양 목원감리교회 주보 광고면을 본 사람은 누구나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담임목사 한 명이 하는 일이다. 교인수 20여명. 가족적인 분위기의 교회다. 박성호(57) 목사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제가 원래 만화가로 일 하다 뒤늦게 신학공부를 했습니다. 그림이야 늘 하던 거니까요.” 밝게 웃었다. 박 목사는 서울 시내 첫 만화학원인 서울 동대문구 제일만화학원에서 만화를 배웠다. 원로 만화가 박기준(76)이 세운 곳으로 당시 만화가 양성소로 통했다. “과학만화 등 학습만화를 많이 그렸어요. 그때만 해도 교회에 간혹 갔어요.”

처음 교회에 간 건 중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집 앞 교회에 처음 갔어요. 목사님 딸이던 고등학생 누나가 저를 너무 예뻐해 줬거든요. 그 누나가 연주하는 풍금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던 기억이 나요.” 그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드리웠다. 1999년 청강문화산업대 애니매이션과를 졸업한 뒤 4년제 같은 전공에 편입하기 위해 목원대 교정을 방문했다고 한다.

“만화과 학과장님을 만나러 올라가는데 언덕 위 채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목원대에 신학대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저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신학은 하나님에 대해 공부하는 것인가’란 말을 했죠.” 그는 미대 교수와 면담했지만 편입학 원서는 신학대에 제출했다.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인생을 잘 살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어요.”

신학과 공부를 마쳤지만 삶에 대한 의문과 하나님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지 않았다.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 진학했고 동기들을 따라 강원도 철원의 한 교회 교육전도사로 부임했다. “주일학교를 맡게 됐죠.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에게 말씀을 잘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만화 설교’를 하게 됐어요. 화이트보드를 구입해 설교를 만화로 그렸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설교했어요. 인기 최고였죠. 하하.”

주일학교 아동이 12명에서 79명까지 늘어나는 ‘작은 부흥’이 일어났다. 여러 경험 속에 그의 신앙이 자랐고 2007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1년엔 ‘만화로 그리는 예수 그리스도’(생명의말씀사)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4복음서를 바탕으로 예수의 행적을 그린 것이다.

“제가 20대 만화학원 다니던 시절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만화는 무(無)에서 유(有)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천지창조와 비슷합니다. 언젠가 성경을 만화로 그려보고 싶습니다’라구요. 책을 내고 보니 그때 그 꿈이 이뤄진 거더군요.”

그는 예술적 재능을 활용해 교인들과 즐겁게 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제가 색소폰도 연주하고 노래도 잘 불러요. 주일 오후 예배 때 우리 교인들은 ‘찬양 노래방’을 해요. 돌아가면서 찬송가를 부르는 거죠.” 노래방 운영을 위해 고급 교회 반주기까지 구비했다.

“가끔 제가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개사해 ‘천국의 멋진 날에’를 부릅니다. 그러면 우리 교인들이 ‘목사님이 김동규보다 훨씬 잘 부른다고 칭찬해주죠.” 박 목사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교회 이야기를 했다. “제가 요리도 참 잘 해요. 주일에 같이 밥도 맛있게 해 먹습니다.”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고 요리 만드는 목사. 목원감리교회 교인들은 참 행복하겠다.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