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사건은 일명 ‘얍복 나루터 사건’입니다. 야곱이 그의 아버지 이삭의 말년에 형이 받아야 할 축복을 가로챈 후 밧단 아람에서 20년간 객지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야곱은 자신의 모든 소유와 가족들을 먼저 건너가게 하고 얍복 나루에 홀로 남게 되는데 그때 하나님의 사람이 야곱을 찾아와 밤새도록 씨름하는 장면이 본문의 배경입니다. 이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홀로 남았을 그때가 바로 하나님께서 찾아오시는 순간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언제 하나님을 만났습니까’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평안할 때가 아닌 ‘인생의 큰 어려움이 다가와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던 때’라고 말합니다. 현대인들은 늘 자신을 바쁜 일상에 몰아넣으며 군중 속에 숨으려 하지만 사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단독자로 하나님 앞에 홀로 있을 그때에 찾아와 주시는 것입니다.
구약의 선지자 요나도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 동안 깊은 고독 속에 홀로 있을 그때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심으로 물고기 뱃속에서 건지셔서 새로운 사명을 허락하셨습니다. 성도는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아갈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조용한 시간(Quiet Time)이 필요한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 앞에 홀로 설 때에 비로소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야곱은 불가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음먹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형 에서와의 겨룸에서도 이겼고 아버지 이삭도 속였으며 삼촌 라반과의 겨룸에서도 이겼던 야곱입니다.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만 같던 그였지만 얍복 나루에서 홀로 하나님을 대할 때에 비로소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본문 25절은 ‘하나님께서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매 관절이 어긋났다’고 말합니다. 그때 비로소 야곱은 ‘나는 어찌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인간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 피조물에 불과한 것입니다.
셋째, 진정한 행복은 내가 아닌 주인의 뜻대로 다스림을 받는 인생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야곱은 이 절망의 순간에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라고 말하며 하나님께 매달립니다. 절망의 순간에 하나님을 신뢰하게 되는 인생으로 야곱이 변화된 것입니다. 전에는 내가 주인이 되고 내가 다스리는 인생이었지만 이제는 하나님이 나의 주가 되시고 주님의 다스림을 받는 인생이 된 것입니다. 신앙이란 ‘내 생각을 꺼내고 하나님의 생각을 넣는 것’입니다. 나는 죽고 그리스도로 채우는 것, 나는 죽고 예수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시는 그것이 진정한 행복인 것입니다.
해가 돋고 야곱은 얍복 나루에서 다리를 절며 걷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맞이하는 야곱의 새 아침은 진정 변화된 사람의 새 아침이요, 하나님으로 남은 생애를 살려고 하는 진정 행복한 사람의 아침이었습니다. 지금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어려움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얍복 나루의 야곱과 같이 나의 한계를 깨닫고 다시 한 번 하나님을 신뢰하며 남은 생애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새 아침을 맞이하리라 결단하시는 성도님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박흥범 목사(서울은천교회)
[오늘의 설교] 얍복 나루의 새 아침
입력 2017-02-2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