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과 함께 A조에 속한 네덜란드가 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한 ‘퀴라소섬’에 있다.
퀴라소는 네덜란드 왕국 내의 자치 국가다. 전체 면적이 444㎢로 제주도의 4분의 1 규모이며, 인구는 약 15만명으로 우리나라 세종시보다도 적다.
그런데 이 작은 섬에서 배출된 메이저리거들이 수두룩하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디디 그레고리우스(양키스), 안드렐톤 시몬스(에인절스) 등이 대표적이다. 2013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아시아 최다 60홈런을 때린 ‘거포’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도 퀴라소 출신이다. 네덜란드는 본토보다 퀴라소 출신들이 대표팀 주축을 이룬다.
퀴라소의 야구 열기는 대단하다. 이는 현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 앤드루 존스(40)가 불을 지폈다. 존스는 1996년부터 2012년까지 빅리그 통산 타율 0.254 434홈런 1289타점을 올렸고 골든글러브 10회, 올스타전 출전 5회 등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존스를 보고 자란 퀴라소 아이들은 걸음마를 갓 뗀 나이에 배트를 잡고, 제2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퀴라소는 2013년 처음 잔디구장이 생겼을 정도로 야구 시설이 열악하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퀴라소 출신 선수들이 강력한 수비를 펼치는 원동력이다.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돌멩이, 무성한 잡초가 혼재된 맨땅에서 강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퀴라소 주변엔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쿠바 베네수엘라 등 야구 강국들이 즐비하다. 빅리그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받기 쉽다. 이런 여건으로 대다수 퀴라소 유망주들은 메이저리그 등 해외 리그나 네덜란드 세미프로리그 등으로의 진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퀴라소를 자양분 삼아 네덜란드는 유럽야구선수권 최다 우승(22회)팀으로 거듭났다. 2006년 1회 WBC에서 11위에 그친 네덜란드는 2009년 7위, 2013년 4위에 오르며 ‘유럽 최강’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퀴라소의 저력을 다음 달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 And 엔터스포츠] 걸음마 떼면 배트 잡는 퀴라소섬 아이들
입력 2017-02-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