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2010년 김정일에 편지 보내… “김정은이 목숨 위협한다” 호소

입력 2017-02-22 00:0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방문한 황해도 삼천의 메기공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메기공장 시찰은 20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남 암살 이후 첫 공개석상이었던 지난 15일 행사에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번 시찰에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서홍찬 인민무력성 제1부상, 김용수 당 중앙위원회 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0년 동생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다고 호소하는 편지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1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김정남의 편지는 2010년 6월 29일 팩스로 발송됐다. 2009년 4월 국가안전보위부가 김정남 측근을 잡아들인 ‘우암각 습격사건’이 발생한 지 1년2개월 후의 일이다. 김정일 사망 1년6개월 전이기도 하다. 김정남의 해외망명설이 처음 불거진 것도 비슷한 시기다.

김정남은 서신에서 “얼마 전 저와 저희 가족과 연관 있는 사람이면 모조리 ‘살생부’에 올려 국가안전보위부 것들이 잡아갔다”면서 “후계자(김정은)에 대한 과잉충성 때문인지 후계자 지시인지 모르나 인터넷상에도 이러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고 썼다.

김정남은 편지에서 김정일을 ‘빠빠’로 칭했다. 서구권에서 어린이가 아빠를 부를 때 쓰는 ‘papa’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후계자는 큰 그림을 그리듯 원대한 구상을 가지고 빠빠의 위대한 업적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김정남은 편지 말미에 “빠빠의 건강만을 바라고 또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편지를 직접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신 보시는 분이라도 저의 심정을 헤아려 주시길 믿는다”고 당부했다. 김정남은 마카오에서 평양으로 팩스를 보냈으나 실제로 김정일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남은 최근 수년간 암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려 숨어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국제학교 시절부터 그와 알고 지낸 앤서니 사하키안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두려워했다. 두려움에 완전히 사로잡힌 정도는 아니었지만 피해망상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북한 망명정부 수립설에 대해 “일부 탈북민의 일탈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이 당국자는 “북한과 통일을 하는 주체는 대한민국”이라며 “여러 주체가 통일을 할 수 없으니 망명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속에서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