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정치 활동을 줄이고 정책 중심의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클릭’ 정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중도·보수층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지속적으로 각을 세우고, 지지층이 겹치는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도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토론회에 참석해 청년취업자에게 대기업 80%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며 “한시적으로 정부 재정을 투입해 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초임(2500만원)이 대기업 초임(4000만원)의 6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정을 투입해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안 전 대표의 일자리 정책은 숫자 늘리기보다 노동시장 ‘미스매치’(중소기업의 인력 수요와 청년 구직자 눈높이 간 불일치가 장기화되는 것)에 주목했다는 특징이 있다. 청년들이 임금 때문에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을 해결하려면 정부 재원을 중소기업에 집중 투자해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재정 투입으로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 문 전 대표의 해법과는 다르다. 안 전 대표는 오전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도 “어떤 정치인은 일자리를 몇 개 만들겠다고 하는데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민간부문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큰 정부’를 내세우는 문 전 대표와 선을 그어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중도·보수층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중도·보수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안 지사를 겨냥해 정책적 우위를 보이겠다는 전략도 깔려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5일 안 지사의 지역기반이 강한 대전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보류, 국방비 증액 등의 안보공약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중도·보수층 끌어안기의 일환이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재논의했지만 안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주자들 간 입장 차를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당분간은 정책 중심으로 내실을 다진 후 탄핵 이후 국면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탄핵이 결정되고,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문 전 대표식 개혁 작업에 대한 거부감을 의미하는 이른바 ‘문재인 공포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태고종중앙회를 방문해 “적폐 청산과 정치보복은 다르다”며 “잘못된 폐단을 바로잡자는 것이지 사람에 대한 증오나 적개심으로 보복하자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우클릭’ 안철수, 문재인에 돌직구… 안희정엔 견제구
입력 2017-02-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