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기후변화가 도시 안전 위협… 재난 회복력 키워야”

입력 2017-02-21 21:45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대담을 위해 시장 집무실을 방문한 미국 마이클 버코위츠(오른쪽) 100RC 대표에게 서울시의 혁신 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지난해 국내 도시로는 유일하게 ‘100RC(100 Resilient Cities·세계 100대 재난회복력 도시)’에 선정됐다. 미국 록펠러재단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2013년 시작한 ‘100RC’는 재난 예방에 초점을 맞춰왔던 도시 안전의 프레임을 재난 이후의 회복력, 즉 ‘리질리언스(resilience)’로 이동시켜 도시의 재난회복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마이클 버코위츠(47) 100RC 대표는 21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100RC 선정 기념패’를 전달하고 박원순 시장과 50여분간 대담했다.

박 시장은 먼저 서울시를 100RC로 선정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이번 선정을 계기로 서울을 재난회복력이 높은 도시로 만들고 이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세계 도시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버코비츠 대표는 “세계에는 약 1만개의 도시가 있고 여기에 리질리언스의 개념과 전략을 전파하기 위해서 영향력 있는 도시 100곳을 선정해 재난회복력 강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서울은 아시아권에 영향력이 큰 도시인데다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시장이 있어서 새로운 생각을 잘 받아들이고 다른 도시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도시의 재난회복력은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재난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재난에서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적 요인보다 테러, 불평등, 기후변화 등 사회경제적 요인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도시 안전 문제를 사회경제적 문제와 함께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요청한다.

버코위츠 대표는 “2005년까지 뉴욕시청 비상대비국에서 근무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뉴욕시의 최대 문제는 허리케인이었고 그걸 예방하고 극복하는데 집중했다. 그런데 2001년 911 테러가 터졌다”면서 “재난은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도시화, 지구화, 기후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도시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재난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생존하고 극복하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성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게 바로 리질리언스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1000만 도시 서울에서 재난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항상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재난 이후 도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의 안전 문제를 불평등이나 기후변화 같은 문제와 함께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는 게 특히 중요하다”면서 “서울역 고가만 해도 안전 문제로 철거를 해야 되겠지만 보행 전용길로 만들었다. 안전과 다른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해 나가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서울역 고가를 보고 왔다는 버코비츠 대표는 “서울역 고가는 리질리언스 측면에서 좋은 사례”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사회적 자본을 확충한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버코비츠 대표는 프랑스 파리시의 리질리언스 전략도 소개했다. 파리시는 그동안 대기오염이나 하천 범람 문제에 매달려 왔다. 그러나 2015년 파리 테러가 발생하고 난민 유입이 크게 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그는 “파리시는 환경과 난민 문제를 함께 생각해야 했다”며 “강을 정비하거나 공원을 새로 만들 때 도시 주변부에 거주하는 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를 함께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100RC의 네트워크와 기술적 지원을 받아 올 연말까지 서울시 재난회복력 강화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