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여가 생활은 뻔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내놓은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만602명 중 46.4%가 자신의 주요 여가 활동으로 ‘TV 시청’을 꼽았다.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14.4%) ‘게임’(4.9%) 등이 뒤를 이었고 ‘독서’라고 답한 비율은 1.2%밖에 안 됐다.
최석호(53)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 흔치않은 이른바 ‘여가 전문가’다. 고려대에서 여가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영국 노팅엄트렌드대에서 문화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그는 “여가를 즐겁게 보내는 건 행복의 주요 요소”라고 강조했다.
“여가는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 자기재량껏 보낼 수 있는 자유 시간을 가리키죠. 어쩌면 여가가 곧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여가 활동에 임한다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최 소장을 만난 건 그가 최근 내놓은 저작 ‘시간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시간 편집자’는 229페이지 분량의 손바닥만한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방대하다. 여가의 의미와 가치를 살피고 한국인의 잘못된 여가 생활의 현실을 전하면서 개선책까지 녹여냈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게 여가 생활의 ‘대세’가 된 이유도 분석했다. 발단은 문명화다. 사람들은 문명사회가 되면서 감정을 억제하고 폭력의 본능을 숨겨야 했다. 돌파구로 찾아낸 게 대중문화를 통한 대리만족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는 ‘여가의 행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영국 정부가 2008년 내놓은 ‘정신 자본과 웰빙 프로젝트’ 결과를 기반으로 ‘행복의 비결’도 전한다. 당시 프로젝트를 통해 도출된 비결은 총 5개였다. ①함께 하라 ②밖으로 나가라 ③호기심을 가져라 ④계속 배우라 ⑤아낌없이 주라. 최 소장은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한국인의 여가생활 개선책으로 ‘TV 끄기’를 제안한다. 그는 “사람들이 즐겁지도 않은데 습관적으로 TV를 시청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런 여가활동이 과연 행복과 기쁨을 전해준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렇다면 ‘여가 전문가’인 그의 여가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최 소장은 “특별할 게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조깅을 하고, 2∼3일은 도보 여행을 떠납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서울 시내 골목길 등지를 돌아다니는 거예요. 얼마 전까지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독자들이 제 책을 읽고 자신에게 맞는 여가 생활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인터뷰] ‘뻔한’ 여가 탈피하면 ‘펀한’ 삶이 기다려요
입력 2017-02-22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