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이 21일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부검 결과 사망자의 신원과 사인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인을 계속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누르 히샴 압둘라 국장은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HKL) 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검 결과 얻은 의학 표본을 분석하고 있다. 아직 사망자(김정남)의 신원과 사인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사망자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없고 시신에 외상 또는 뾰족한 것에 찔린 자국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압둘라 국장은 “시신 인도를 위해 DNA 표본을 제출한 유족이 없다”고 말했다. ‘김한솔이 입국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유족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유족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치아, 의료 기록, 수술 흔적 등을 토대로 신원을 확인한다”며 “다만 현재 사망자의 의료 기록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한솔 등 유족의 도움 없이는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김정남의 신원과 사인을 밝혀 줄 김한솔은 HKL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 현지 언론은 “중국 마카오를 출발한 김한솔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튿날까지 공항과 병원 어디에서도 김한솔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시신 인도를 위해서는 유가족이 2주 내에 직접 말레이시아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김한솔이 이른 시일 내 쿠알라룸푸르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이날 오전 1시40분쯤 경찰 특공대원들이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포렌식 병동을 찾아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한때 ‘김한솔이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병동을 찾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밤새 병동 앞을 지키던 취재진의 카메라에 김한솔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에 김한솔이 입국하지 않았다거나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한솔의 신변을 ‘철통보안’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입국이 사실이라면 김한솔은 시신 확인과 유전자(DNA) 검사 등 시신 인도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시신 인도를 극비리에 추진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혹시 모를 북한의 위협과 김한솔의 돌출 발언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한솔이 비밀 출구를 통해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김한솔이 경찰로 위장해 시신을 확인했다’ 등 무수하게 쏟아지는 관측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게 맞는다면 김한솔은 시신 인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김한솔은 먼저 HKL을 찾아 시신이 김정남인지 확인한 뒤 모발, 체액, 혈액 등을 통해 DNA 표본을 채취하게 된다. 이 과정은 최대 10일쯤 걸릴 수 있다. 유가족이 시신 인도 방식과 장소를 결정한다. 현재로선 시신을 화장한 뒤 중국으로 가져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김한솔이 아직 말레이시아에 입국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압둘 사마흐 마트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지방경찰청장은 “지금까지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구한 유가족은 없다”고 밝혔다고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가 전했다.
쿠알라룸푸르=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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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당국 “사망자 신원·사인 아직 확인 못해”
입력 2017-02-21 18:25 수정 2017-02-22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