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후보들의 비리 의혹에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 되고 있다.
배우자 위장취업 의혹이 제기된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에 이어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사진) 대표가 닮은꼴 ‘허위 고용’ 의혹에 휩싸이면서 최근의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현지 언론들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이 르펜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FN 당사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고 전하며 르펜이 자신의 측근들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해 공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르펜에게 쏠린 의혹의 중심엔 그의 경호원 티에리 레제와 정당 보좌관 카트린 그리제가 있다. 서류상 르펜의 유럽의회 보좌관인 이들은 수행업무가 유럽의회와는 무관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근무지 또한 프랑스의 FN 당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회 보좌관은 유럽연합(EU) 사무실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룩셈부르크 중 한 곳에서 근무해야 한다.
언론들은 르펜이 유럽의회 보좌관 급여 명목으로 레제에게 2011년 10월에서 12월까지 4만1500유로(약 5039만원)를 부당 지급했고, 그리제에게 2010년 12월부터 2016년까지 총 29만8000유로(약 3억6183만원)를 챙겨줬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7일 EU 부패방지청(Olaf)은 르펜이 유럽의회에 거짓 고용 계약서를 제출한 사실을 지적했고, 유럽의회는 르펜에게 보좌관 세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르펜이 유럽의회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어 현재 그의 월급 절반 정도가 환수금 명목으로 추징되고 있는 상태다.
압수수색 당시 레바논을 방문 중이던 르펜은 “정치적 맞수들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결정에 공식 항의한다”며 이번 사태가 자신에 대한 표적 수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FN도 압수수색 이후 성명을 내고 “르펜 대표가 진전을 보이는 시점에 르펜을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갈 길 바쁜 르펜의 발목을 잡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르펜의 아버지이자 FN을 창당한 장 마리 르펜도 최근 과도하게 지급된 보좌관 급여를 반환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았고 다른 FN 당직자 2명도 공금 유용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 경찰은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거짓 등록된 FN 당직자가 20명 정도이며 세비 횡령 이외에도 르펜 대표의 당선을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혀 프랑스 극우정당 대표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한편 20일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선 1차(4월 23일) 가상 투표에선 르펜이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과 피용을 7%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선투표(5월 7일) 양자대결에선 마크롱과 피용 모두에게 각각 16% 포인트와 12% 포인트 차의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선두 르펜 佛 국민전선 대표 부패 혐의 수사… 요동치는 佛 대선
입력 2017-02-21 18:38 수정 2017-02-21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