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車전용 반도체 개발을” 현대차 내부 건의 있었다

입력 2017-02-22 05:00
자동차에 상업용 반도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정작 수년 전부터 자동차용 반도체의 특성 및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회에서 발표한 내부 보고서에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특성을 일일이 열거하며 자체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까지 담겨 있었다.

21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현대·기아차의 ‘차량용 반도체 개발 동향’ 보고서는 자동차용 반도체가 어떤 사양을 구비해야 하는지 등을 자세하게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11년 9월 ‘제4차 시스템-반도체 포럼’에서 발표됐다.

보고서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특성을 비교·분석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는 최소 15년 이상 수명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1∼3년 수명을 지닌 가전용이나 5∼10년 수명을 지닌 상업용(Commercial)보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불량률 역시 엄격하다. 보고서는 목표 불량률을 ‘0%’라고 강조했다. 습도 면에서도 ‘최대 100% 방수’까지 조건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보고서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요구 수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체 개발까지 언급한 배경에는 2010년 자동차용 반도체 구매에 1조원 넘게 들었고, 앞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평가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2010년 생산한 575만대를 기준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구매액은 1조2200억원에 이른다. 당시 자동차 1대에 들어간 반도체 비용은 283달러 수준이다.

특히 보고서는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도 늘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의 도요타가 친환경차용 전력 반도체(IGBT)에 투자를 확대하는 점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 업계와 전장, 반도체 업체들이 협업해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여가 지난 지금 자동차용 반도체의 국산화율은 3%대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자동차용 반도체를 수입해 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