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초청을 놓고 영국 민심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 앞 의회 광장에는 시민 2000여명이 모여 ‘트럼프 반대’ ‘덤프 트럼프’(Dump Trump·트럼프를 버리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트럼프에 대한 국빈 방문 요청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청원에는 185만여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반(反)이민 여론을 조성한 트럼프를 국빈 예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정부 대표 자격으로 ‘공식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서명자도 31만2000명을 넘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달 27일 취임 1주일을 맞은 트럼프와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에게 하반기 국빈 방문을 요청했다. 국빈은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공식 방문일 경우 총리가 응대한다.
하원은 이날 트럼프의 국빈 방문 취소 안건으로 3시간여 격론을 벌였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트럼프를 “인종주의자이자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고 집권 보수당은 국익을 위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 플린 노동당 의원은 “트럼프의 지능은 ‘단세포동물(protozoan)’같다”며 “사나운 아이처럼 행동하는 그에게 국빈의 영광을 부여하는 건 영국이 그의 행동과 발언을 용인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데이비드 라미 노동당 의원은 “존 F 케네디, 해리 트루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도 취임 7일 만에 초청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우리가 절박한 상황이라고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당의 시몬 번스 의원은 “미국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동맹”이라며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해야 한다고 맞섰다.
근래에 영국을 국빈 방문한 미 대통령 중에는 버락 오바마가 취임 758일, 조지 W 부시가 취임 978일 만에 초대를 받았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여왕, 트럼프 환영 안돼”… 英 185만명 국빈초청 반대 청원
입력 2017-02-22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