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21일 김정남 피살 사건의 북한 국적 용의자로 이미 북한으로 들어간 이지현(33) 홍송학(34) 2명을 ‘자폭암살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 2명이 청부 살인에 실패할 경우 이지현 홍송학이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끝내기 암살’을 하고 검거될 위험이 있을 때 바로 자살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정찰총국 출신 탈북자로부터 들은 얘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북한 국적 용의자 5명 모두 정찰총국 소속이며 오종길(55) 이재남(57)은 암살 계획을 짜고 이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정찰총국은 과거 간첩을 보내 국내 고위급 탈북자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으며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북한의 암살 작전은 직파공작원에서 위장 탈북자를 활용한 방법으로 바뀌었다가 2014년쯤 청부 살인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 의원은 “위장 탈북 작전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에 대해 2010년 초반까지 사용했지만 국정원에 다 검거되면서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또 “1987년 북한 공작원 김현희의 대한항공 858기 폭파 때에도 자폭암살조가 운영됐다”며 “놀라운 것은 김정남 암살 지령이 굉장히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수사 당국은 지난해 국내에 잠입한 것으로 알려진 제3국 국적의 청부살인업자 2명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 의원은 “국내에도 고위 탈북자 암살조가 들어왔다고 밝혔었는데, 이미 이들은 고위급 탈북자에 대한 테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암살전략이 바뀌었으니 우리 정부는 주변국과 공조해서 북한과 파트너가 될 만한 청부살인 네트워크를 집중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도주한 북한 국적의 용의자 이지현 홍송학 오종길 이재남의 이름과 사진, 여권번호를 공개한 바 있다. 하 의원은 “다음 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데 그 결의안에 도주한 4명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출두해 조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현재 미국 의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당국과 협의해 미 상원 존 매케인 군사위원장에게 이 법안이 잘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김정남 암살, 北 도주 이지현·홍송학은 자폭 암살조”
입력 2017-02-22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