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對 인공지능 2탄] 바둑 이긴 AI, 번역은 아직…

입력 2017-02-21 17:41 수정 2017-02-21 21:44

인공지능(AI)이 바둑 실력에서는 인간을 앞섰지만 번역 실력에선 역부족이었다. 국제통역번역협회(IITA)와 세종대학교·세종사이버대학교 공동 주최로 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열린 ‘인간 대 기계의 번역 대결’이 인간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이번 대결은 전문 번역가 4명과 구글·네이버·시스트란의 번역기가 즉석에서 한영(韓英) 지문을 2개씩 번역해 정확도로 승패를 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번역가팀은 모두 통역대학원을 나온 최고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번역가들은 번역 도중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번역 제한시간은 50분이었다.

심사위원장인 곽중철 한국통번역사협회장과 같은 협회 번역 전문가 2명이 1시간30분 동안 채점한 결과 인간 번역가의 번역은 60점 만점에 49점을 받았다. AI 번역기 3개의 번역은 각각 28, 17, 15점을 받았다. 주최 측은 번역기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곽 회장은 “번역기는 단어의 다의어적 성격과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단순 번역을 해 인간을 따라올 수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대결에는 한영 번역 지문으로 신문 칼럼과 1930년대 소설 ‘어머니와 딸’이, 영한 번역 지문으로 뉴요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와 폭스뉴스의 경제 기사가 제시됐다. 곽 회장은 “저작권 문제가 없으면서 한 번도 번역된 적 없는 상당히 까다로운 텍스트를 번역 문제로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영어 지문 길이는 330단어 내외, 한국어 지문의 길이는 750자 내외였다.

윤성민 임주언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