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어린이집 ‘운영비=내 돈’ 심각, 95곳 점검했더니 91곳 걸렸다

입력 2017-02-22 05:00

A씨는 본인과 부인 명의로 각각 2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시설 운영비를 제 돈처럼 사용했다. 부인 명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후 7억3400만원을 지출했고, 운영비로 개인 대출금 이자 1800만원도 갚았다. 원아 수 430명의 유치원을 운영하는 B씨는 운영비로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과 연기 아카데미 수업료 3900만원을 납부했다. 개인 소유의 외제 차량 할부금, 보험료, 자동차세도 운영비로 충당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단은 규모가 크거나 여러 시설을 운영하는 유치원(55개)과 어린이집(40개) 95곳을 점검한 결과 91곳이 운영비 205억원을 부당하게 집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비는 정부 지원금·보조금, 학부모 부담금으로 이뤄져 있어 시설 운영 용도로만 써야 한다.

점검 결과 국공립 시설(9곳)은 대부분 투명하게 운영됐으나 사립유치원 및 민간어린이집에서 운영비를 원장 일가 ‘쌈짓돈’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운영비를 기관 운영과 관련이 없는 사적인 선물 구입, 친인척 해외여행 경비, 자녀 학비에 쓰거나 유흥주점 등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설립자가 자녀와 배우자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이 업체와 교재·교구 등을 고가로 계약한 뒤 과세 신고도 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정부는 유치원·어린이집 8곳을 수사 의뢰 및 고발 조치하고, 부당 사용액에 대해선 환수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