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과 안희정, 지엽적 논쟁 되풀이 말아야

입력 2017-02-21 17:31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감정싸움을 크게 벌였다.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두 사람의 갈등이어서 민주당 지지층을 넘어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발단은 안 지사가 지난 19일 부산대 행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평가하며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시려고 그랬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된 것”이라고 한 발언이었다. 즉각 야권 내부에서 반발이 나왔고 문 전 대표도 “안 지사의 말에는 분노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가 “지도자로서의 분노라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난다”고 응수하자 문 전 대표는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심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나”라고 재반박했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같은 당 소속의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정면충돌한 것은 처음이다. 논란이 커지자 안 지사가 21일 오후 “적절하지 못한 예를 들었다”며 사과하고 문 전 대표가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립이 지지층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재발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이번 발언을 문제 삼아 전통적 지지기반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박 대통령의 ‘선의’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지율 20%를 돌파한 안 지사 입장에선 중도를 확고히 껴안고 보수층으로까지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었다. 의도했든 안 했든 이번 논란은 이들 계층에게 우호적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공격과 대응은 각자 지지층에겐 설득력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에 근접한 대선 주자라면 그 이상을 봐야 한다. 부동의 지지율 1위로 대세론을 형성한 문 전 대표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그가 ‘분노’를 입에 올리는 순간 반대 측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 정치사에서 분노는 보복과 응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가뜩이나 대통령 탄핵심판을 놓고 국민들이 찬반으로 갈라져 있는데 문 전 대표가 집권하면 우리 사회가 더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잠재울 책임은 문 전 대표 본인에게 있다.

또한 현재의 국내외 상황으로 볼 때 이런 말다툼은 한가해 보일 수 있다. 국정농단 사태 후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안보 여건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핵과 미사일 도발도 모자라 이복형까지 암살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주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지지층을 노린 캠페인도 할 수 있지만 국가적 어젠다를 놓고 경쟁하는 게 맞다. 그래야 절대다수의 국민이 국정 운영을 맡길 만하다고 판단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