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과 3·1운동 98주년을 맞아 2017년 한국교회대각성기도회가 열린다.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주관으로 다음 달 6∼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기도회 주제는 ‘잘못했습니다’이다. 한국교회의 분열과 불신을 초래하고 이 땅의 희망이 되지 못한 것을 ‘나부터 회개하자’는 취지로 민족과 한국교회의 문제를 놓고 함께 기도하자는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예장대신 등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7대 교단을 중심으로 22개 교단이 참여한다. 7대 교단장이 공동회장이며 예장대신 이종승 총회장이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왜 대각성기도회가 필요한가
한교총은 이번 기도회를 통해 민족과 한국 교회를 구원하는 역사적 성회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모두가 회개의 마음으로, 민족과 교회를 살리는 캠페인으로 이어나갈 방침이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종승 예장대신 총회장은 21일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패와 타락으로 한국교회는 굉장히 어려운 가운데 놓여있다”며 “한국 교회가 이 문제에 대해 마음을 열고 통회 자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탄 받는 한국 교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회로 탈바꿈하고, 거룩함을 회복하는 교회가 되며, 민족의 희망이 되는 교회가 되도록 기도하자는 것이다.
이 목사는 “민족과 한국 교회가 살기 위해선 회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지난해 말 시작된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혼란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7명의 공동대표대회장도 이구동성으로 대각성기도회가 절실하다고 했다. 김선규 예장합동 총회장은 “더욱 심각한 건 위험 수위를 넘어선 한국 교회의 어두운 현실”이라며 “먼저 목회자부터 자성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희 예장통합 총회장은 “한국 교회는 현재 300여 교단으로 분열돼 교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윤리적으로 타락과 탐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면서 “모든 교단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로지 성경으로 되돌아가 교회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전명구 기감 감독회장은 “500년 전 종교개혁자들은 개혁의 횃불을 들고 하나님 앞에 눈물로 기도했다”며 “우리 한국교회도 통분한 마음으로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도 “민족과 교회를 살리는 대각성기도회에 968만명의 크리스천이 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건국 이래 최대의 국난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교회 회개와 정화 운동 불붙여
2015년 10월 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종교별 신뢰도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톨릭 신뢰도는 39.8%, 불교 신뢰도 32.8% 인데 비해 개신교 신뢰도는 10.2%에 불과했다.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는 더 심각했다. 신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51.3%, 승려는 38.7%인 반면, 목사는 17%에 그쳤다. 목회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보니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6년 9월, 21세기교회연구소의 조사발표에 의하면 한국교회 교인 3명 중 1명이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삼 기성 총회장은 한국교회에 대한 실망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했다. 여 총회장은 “지금 한국교회는 부패와 타락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엄청난 지탄을 받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한국교회가 자정능력까지 상실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목회자의 성적 탈선, 재정비리, 성직매매, 교권주의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고, 교인들은 물질이 우상이 되어 거짓과 탐욕을 좇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유관재 기침 총회장은 “한국교회가 거룩함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부패와 타락이 이 땅에서 떠나가도록 한국교회는 통회하며 기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각성기도회 준비위원회 김창규 사무총장은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 거리에 의인 한명만 있어도 용서해 주신다고 했다”면서 “또 니느웨가 왕으로부터 모든 백성이 금식하여 회개할 때 심판이 임하지 않았다. 이번 대각성기도회는 한국교회 전체에 회개와 정화 운동을 일으켜 정의가 물같이 공법이 하수같이 흐르는 깨끗한 나라로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대통령 탄핵을 놓고 진보와 보수는 마주 오는 열차처럼 극단을 치닫고 있다”면서 “이번 대각성기도회를 통해 국정혼란의 문제가 하나님의 은혜로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소문>
종교개혁 500주년 및 2017년 한국교회대각성기도회에 즈음하여
-대한민국은 지금 건국 이래 최대의 국난 속에서 진보와 보수 대립으로 국운이 매우 위태로운 비상시국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교회의 분열과 윤리적 타락, 세속화입니다. 언론을 통해 연일 터지는 기독교의 어두운 현실은 차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100여년 전 3개의 교단으로 출발한 한국교회가 지금은 300여 교단으로 분열됐습니다. 충격적인 현실입니다.
-종교 신뢰도를 살펴보면 천주교 불교 개신교 중 개신교가 매년 최하위이며, 목사의 신뢰도는 신부나 승려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1세기교회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교인 3분의 1이 출석교회를 떠날 생각이라는 가슴 아픈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에 한국교회총연합회에는 더 이상 분열과 불신은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한국교회대각성기도회를 준비했습니다. 한국교회 성도님들은 오늘의 비극적 현실이 모두 내 잘못이라고 인정합시다.
-예루살렘의 멸망을 바라보고 우시던 주님, 오늘 우리의 현실을 바라볼 때 무엇이라고 하시겠습니까. 교단 교파를 초월하여 한 자리에 모여 주십시오. 한국교회 성도님들, 간절히 호소합니다. 민족과 한국교회를 가슴에 품고 기도하여 주십시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한국교회 ‘나부터 회개’하며 민족 위해 기도한다
입력 2017-02-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