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에 읽을 만한 책] 그리스도의 길 따르는 묵상으로 초대

입력 2017-02-23 00:05

사순절(四旬節)은 영적인 담금질을 하기 좋은 시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사순절은 주일을 제외한 부활절 전날까지의 40일을 가리킨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은 다음달 1일이다. 올해 부활절은 4월 16일이다. 부활절은 춘분 후 첫 보름달이 뜬 뒤 맞는 첫 주일이다. 매년 날짜가 바뀐다. 사순절 묵상을 도와줄 책들을 소개한다.

신간 톰 라이트와 함께 읽는 사순절 매일 묵상집: 누가복음(에클레시아북스)은 톰 라이트 애독자들이 반가워할 책이다. 라이트는 누가복음 희랍어성경 본문을 직접 번역했다. 여기에 명료한 설명과 기도문을 덧붙였다. 영국 성공회가 사순절 기간에 모든 성도들과 함께 읽기 위해 만든 시리즈 책자다. 앞서 같은 제목으로 마가복음, 마태복음 편이 나왔다. 라이트는 “모든 사람이 누가복음을 읽도록 초대한다”고 말한다. 성경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이 묵상집을 통해 예수의 생애와 그 의미에 한발 다가갈 수 있다.

매년 묵상집을 내는 한국샬렘영성훈련원은 은총으로 걷는 십자가의 길이란 제목으로 올해 사순절 묵상집을 냈다. 교회 일치의 정신에 따라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가 본문 집필에 참여했다. 박경조 조경열 공동대표는 서문에서 “지금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소망이 희미할지라도 기도하고 있기에 주님은 우리를 이끌어주실 것”이라고 말한다. 묵상집 사용법을 서두에 썼다. 사복음서와 시편 등을 묵상 재료다. 한국 교회와 사회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난해 ‘한나의 아이’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묵상집 십자가 위의 예수(새물결플러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행한 일곱 말씀에 대한 묵상이다. 저자의 신학적 사유가 배어 있다. 십자가의 의미를 실존적으로 음미(bite)하도록 이끈다. 하우어워스는 “하나님을 예배할 때 그 중심에 놓일 겸손을 고양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예수의 행적을 가상칠언의 주제에 따라 묵상하는 책도 있다. ‘사귐의 기도’로 유명한 김영봉 목사의 가상칠언 묵상(IVP)이다. 예를 들어 십자가 위 첫 말씀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다”(눅 23:34)를 묵상하는 첫 주에는 교만을 묵상할 수 있는 욥기, 용서를 생각해볼 수 있는 마태복음 등이 본문으로 나온다. 김 목사는 이 책을 소그룹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사순절 기간의 평일과 주일뿐만 아니라 부활절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47편의 묵상을 담았다.

이블린 언더힐과 함께하는 사순절 묵상(비아)은 현대의 대표적인 기독교 영성가 이블린 언더힐(1875∼1941)의 저작 중 사순절 기간에 묵상하기 좋은 글 40편을 선별한 것이다. 언더힐은 영성의 대가를 기독교인에게 소개함으로써 현대 신학 안에 영성 신학이 자리 잡도록 기여한 인물이다. “커튼을 걷어치우고, 잡동사니들을 내다 버리고, 자신의 소유지를 하나님의 위대한 단순함 앞에 열어두어야 합니다”(30쪽) “‘자기성찰의 시간’ ‘두 가지 사랑’ ‘십자가와 교회’ 등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문장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블린의 글은 영적으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줄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